어디를 가든 유명 인사에게는 팬들이 따르는 법이다.
22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 투산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 신생팀 NC 다이노스의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가운데 한국인팬들이 2명씩 오전·오후로 경기장을 찾았다. 이날은 바로 옆 훈련장을 쓰는 한화가 휴식 일이라 NC 선수단밖에 없었지만, 한국인 팬들의 목적은 NC를 이끄는 수장 김경문(54)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2004~2011년 8년간 두산을 이끌며 한국시리즈 준우승 3회와 포스트시즌 진출 6회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화끈하고 역동적이며 선굵은 공격 야구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팬들에게 사랑받는 인기감독이었다.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사상 첫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이끌며 국민적인 감독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시즌 중 두산에서 자진사퇴하고 신생팀 NC를 맡고 있는 김 감독은 선수들보다 인기가 더 많다. 아직은 신생팀이기 때문에 팬들에게 알려진 선수가 많지 않다. 화려한 경력과 카리스마 그리고 중년팬들에게 어필하는 남성다운 외모와 젠틀한 매너의 김 감독이 실질적 팀의 얼굴이다.
특히 이날 오후에 경기장을 찾은 유학생 부부 팬들은 김 감독에게 남다른 존경심을 나타났다. 피닉스에서 2시간 넘게 이동하며 투산까지 찾은 이 유학생은 1990년 창단부터 쌍둥이 군단을 응원한 골수 LG팬이면서도 김 감독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는 "김경문 감독님께서 LG를 맡았으면 우승을 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김 감독은 웃음을 띄며 "두산에서도 우승 못했는데…"라고 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LG는 가을잔치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에 김 감독은 "김기태 감독이 잘 해낼 것이다. 팀이 어려울수록 팬들이 더 응원해줘야 한다"며 용기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 유학생은 "두산 시절부터 김 감독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않는 리더십을 보였다. 올림픽에서도 이승엽 선수를 끝까지 믿고 기용해 금메달을 따냈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들었다. 김 감독은 "우리 NC도 응원을 부탁한다"며 NC 홍보를 잊지 않았다.
김 감독은 팬들과 간단한 점식 식사를 갖고, 기념사진 촬영도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먼 이국의 낯선 땅에서도 김 감독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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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산(애리조나)=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