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조커'로 남게 된 배우 故 히스레저(Heath Ledger)가 사망 4주기를 맞았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오는 7월 개봉을 앞둬서 일까. 유난히 히스 레저가 그리운 요즘이다. 얼굴에 요상할 정도로 괴기한 분장을 하고 함께 연기하는 배우마저 공포로 몰아넣었다는 그는 지난 2008년 1월 22일 약물 중독으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향년 28세.
전세계 팬들의 마음을 요동치게 한 그의 사망 소식은 2008년 미국 AP 통신 선정 올해의 엔터테인먼트 뉴스 1위를 장식하기도 했다.

1979년 4월 호주에서 태어난 히스 레저는 2006년 개봉한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제이크 질렌할과 주연을 맡아 깊고 섬세한 연기를 펼쳐보이며 주목받는 배우가 됐다. 스타성과 연기력을 둘 다 지닌 배우로 평가받았던 히스 레저는 '브로크백 마운틴' 촬영 도중 만난 동료 배우 미셸 윌리엄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마틸다를 두고 숨을 거뒀다.
'브로크백 마운틴'을 비롯해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기사 윌리엄',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카사노바', '아임 낫 데어' 등 다양한 작품에서 빛나는 연기를 펼쳐보인 히스 레저이지만 그는 멋지게 자신의 연기에 방점을 찍고 세상을 떠났다. 영혼을 집어삼킬 정도의 광기를 표현해냈던 '다크 나이트'가 그 작품이다.
그의 죽음으로 '다크 나이트'는 전설이 됐다.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개봉을 반년이나 앞두고 미국 현지에서 첫 회 티켓이 순식간에 매진될 정도로, 대중이 이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에는 히스 레저의 잔상이 남았가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사람들도 많다.
'다크 나이트'에서 그가 조커를 연기한다고 했을 때, 그 때까지 그가 '배트맨' 1편의 잭 니콜슨으로 상징화되던 조커를 뛰어넘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조커의 역사를 다시 썼다. 카오스같은 혼란에 휩싸인 생명체 조커는 "이 도시에는 더 격이 있는 범죄자가 필요하지"라고 빈정대며 명대사를 읊조린다. "왜 그렇게 심각하나(Why so serious)".
조커가 히스레저를 만든 게 아니라, 히스 레저가 조커를 만들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조커는 표정 하나하나, 안면근육의 섬세한 움직임까지도 보는 이를 전율케 했다. 그는 한 마디로 조커 그 자체였다. 그는 '다크나이트' 촬영을 마치고도 조커 캐릭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조커에 몰입했던 연기가 결국 죽음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관점도 있다.
히스 레저의 신들린 연기는 '다크 나이트'를 만들었고, 그가 배트맨 시리즈 중 최고의 조커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커가 배트맨을 향해 날렸던 대사 "You complete me(넌 날 완성시켜)"처럼 히스 레저는 '배트맨' 시리즈를 완성시켰다.
한편 그의 사망 이후 '다크나이트'는 미국 현지과 국내에서 재개봉됐으며, 매년 온-오프라인을 통해 팬들 사이에서 추모 행사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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