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에이핑크, 쫀득쫀득 떡국 끓이기 '시선집중'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2.01.23 13: 37

‘도닥도닥..’
설 연휴에 들어선 어느 늦은 밤, 칼도마 소리가 울려퍼진다. 귀여운 소녀들은 조심스럽게 칼을 들고 떡국에 쓸 가래떡을 썰고 있다. 삐뚤빼뚤 썰어진 가래떡에 연신 웃음이 터진다.
여기는 지난해 신인상을 모조리 휩쓴 걸그룹 에이핑크의 숙소가 자리한 서울 망원동. 에이핑크의 초롱, 보미, 나은이 흑룡의 해 설날을 맞아 팬들에게 전할 떡국을 끓이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이 시끌벅적한 에이핑크표 떡국 끓이기 현장에 OSEN이 급습했다. 

#1. 칼에 달라붙는 떡을 썰어라!
 
첫 미션은 가래떡 썰기다. 인터넷을 검색한 나은이 떡을 물에 불려야 한다고 주장, 가래떡 여섯 줄은 물로 풍덩. 그러다 툭 끊어져버린 떡 한 줄은 장난끼 많은 보미가 가로챈다. 번개 같은 속도로 꿀 한 그릇을 가져온 보미가 떡을 꿀에 푹 찍어 맛본다.
“맛있다! 먹어봐. 쫀득쫀득해.”
떡국 끓이기는 뒷전. 보미를 말리던 초롱도 꿀에 찍은 가래떡 한 조각에 금세 맘이 바뀐다. 이내 세 사람은 떡 한 줄을 뚝딱 먹어치운다. 옆에 있던 매니저는 “얘들은 누가 맛있는 거 준다고 하면, 모르는 사람도 따라갈까봐 걱정이 된다”고 고개를 내젓는다.
떡국 끓이기는 처음부터 삐걱댄다. 물에 불어버린 떡은 썰기가 쉽지 않다. 칼에 쩍쩍 들러붙어 모양이 이상하다.
“이거 말려야 되는 거 아니야? 물 때문에 더 자르기가 힘든데?”
초롱의 말에 나은은 눈치를 살피다 떡을 잠깐 냉장고에 넣어둔다. 초롱과 보미는 남은 떡을 꿀에 찍어먹느라 바쁘다.
얼마 후 떡이 제법 딱딱해지자 세 멤버는 이내 진지해졌다. ‘도닥도닥’. 칼도마 소리만 한참 울려퍼진다. 칼이 두 개 밖에 없어, 보미는 가위를 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아무리 썰어도 떡국에서 보던 모양이 안나온다.
“뭐야. 가위로 자른 게 더 예뻐.”
그래도 초롱은 금방 모양을 내는데 나은은 여전히 떡이 뭉개진다. 한석봉의 어머니처럼 불 끄고 떡을 썰겠다던 자신감은 온데간데 없어진 상태. 결국 보미가 다 쓴 가위를 집어들곤, 속도를 낸다. 여유가 생긴 멤버들은 ‘APINK' 모양도 완성했다.
#2. 초롱이는 요리사 ♪
 
부엌으로 간 초롱은 참기름을 꺼내들더니 소고기를 볶는다. 따로 검색도 안하고 척척 요리를 해낸다. 옆에선 나은이 계란 지단을 부치겠다며 프라이팬을 잡았다. 기름을 두르고 한참 있다 계란 노른자를 붓고는 고개를 갸웃한다.
“엇, 왜 지직 소리가 안나요?”
노른자는 식용유와 섞여가고 있다. 옆에서 고기를 볶던 초롱이 고개를 푹 숙이더니, 가스렌지에 불을 켜준다.
“불을 안켰잖아! 기름부터 데운 후에 계란을 부어야지.”
“아~ 어떡해잉.”
실수 연발이지만 나은은 열심이다. 노른자가 다 익을 때까지 프라이팬을 들여다보고 있다. 행여 타기라도 할까봐 걱정. 그런데 뒤집는 건 더 어려울 것 같다. 나은이 머뭇거리자 초롱이 능숙한 솜씨로 지단을 뒤집어준다. 주위에서 환호가 쏟아진다.
“저, 어려서부터 요리 좀 했어요. 하하!”
초롱은 볶은 고기에 물을 붓고, 다시마와 갖은 양념을 넣는다. 역시 눈대중으로 척척, 거침이 없다. 마지막 소금을 넣을 때 나은이 처음으로 큰 소리를 낸다.
“언니, 소금은 그만! 짜게 먹으면 안돼~”
나은이 만류하는 사이 한동안 조용했던 보미가 등장한다. 남은 떡을 모아서 꼬치를 만들었다. 나은이 자리를 비켜주자, 가스렌지 불에 떡을 굽기 시작한다. 떡 가장자리가 좀 탔지만 개의치 않는다.
“이게 더 맛있을 거 같지?”
제일 신난 보미는 금방 떡 꼬치 하나를 다 먹곤, 계란 지단을 예쁘게 썰기 시작한다. 제법 고명 모양이 난다.
떡국은 이제 마무리 단계. 떡을 넣고 끓이던 초롱은 냉장고에서 조그마한 통을 하나 꺼낸다. 그 안엔, 미리 썰어서 얼려둔 파가 한가득이다.
“이걸 오늘 쓸 줄은 몰랐네? 마침 제가 잘라놨던 게 있어요. 가끔 요리해 먹거든요!”
그러고 보니 냉장고 안에는 계란, 김치, 만두 등 다양한 반찬이 있다.
#3. 맛있는 떡국 드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제 간을 볼 차례. 초롱이 국자에 국물을 조금씩 떠서 여기 저기 맛을 보여준다.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기대 이상의 맛이다!
“근데 국물 색깔이 좀 이상하지 않아?”
나은의 지적에 모두의 시선이 냄비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국물 색깔이 갈색이다.
“아니야! 이게 정상적인 거야!”
초롱이 목소리를 높이자 까르르 웃음이 터진다. 떡국을 조심스럽게 그릇에 나눠담고, 고명도 올렸다. 김도 잘라서 뿌렸다.
드디어 에이핑크표 떡국 완성! 무려 두 시간이 걸렸다. 음악 방송을 마치고 돌아와 쉬지도 못한 멤버들은 새삼 ‘엄마’가 보고 싶다.
“진짜, 이번 설에는 제가 엄마한테 떡국을 대접해드려야겠어요!”
떡국을 나르던 나은이 중얼거린다. 드디어 떡국을 예쁘게 차려놓고 세 멤버는 나란히 앉았다. 고생스러웠지만, 많이 뿌듯한 표정이다.
“이렇게 따뜻하고 정성이 가득 담긴 떡국 많이 드시고, 올 한해 모두들 건강하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랄게요. 지난 한해 많은 사랑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요. 올해도 정말 열심히 하는 에이핑크 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멤버들은 입을 모아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시식 시간.
“동생들도 좀 줘야하지 않을까?”
나머지 멤버들은 인근 사무실에서 방송 촬영 중. 멤버들은 랩을 가져와서 떡국을 싸기 시작한다. 그러나 동생들이 많이 늦어진다는 소식. 나은이 먼저 숟가락을 들고 한 숟갈 먹기 시작했다. 초롱과 보미도 숟가락을 들었다.
“그런데 우리가 만든 'APINK' 떡은 어디갔지?”
“몰라. 떡국에 넣었는데?”
“누가 먹었어~”
“까르르.”
그렇게, 설날을 앞두고 에이핑크 숙소에선 따뜻한 떡국 파티가 시작됐다.
글/사진 이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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