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대수, "골든글러브 한 번에 만족하지 않는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1.23 07: 39

"나도 뿌듯했었지, 그런데…".
한화 한대화 감독은 지난달 12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소속팀 이대수(31)가 유격수 부문 황금장갑을 차지하는 순간 시상자로 자리를 지켰다. 데뷔 10년 만에 등록선수에 누락된 연습생에서 최고 자리에 오르기까지 인생역전의 드라마가 쓰여지는 장면이었다. 이대수는 뜨거운 눈물을 훔쳤고, 골든글러브의 진한 잔상을 남겼다.
바로 옆에서 이를 지켜본 한대화 감독은 "나도 뿌듯했다"고 했다. 그럴 만하다. 2009년 한화 사령탑 부임 직후 한 감독은 가장 먼저 두산 김경문 감독을 찾아가 이대수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몇 번이고 끝까지 따라붙어 트레이드를 이끌어냈다. 2년 후 이대수는 당당히 골든글러브 유격수가 됐으니 한 감독도 뿌듯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승부사' 한감독의 마음 한구석에는 또 다른 생각이 있었다. 이대수가 흘린 눈물 때문이었다. 한 감독은 "골든글러브를 한 번 받고 말 것인가. 만족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가하는 격. 하지만 이대수도 한 감독과 같은 생각이었다. 골든글러브 한 번에 만족할 생각이 전혀 없다.
이대수는 "그날 내가 눈물을 흘린건 지난 10년간 고생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순간적으로 감정이 복받쳤기 때문이다. 절대 만족의 눈물이 아니었다"며 "나 역시 골든글러브 한 번에 만족할 생각은 절대 없다. 나도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올해도 당연히 골든글러브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유격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2년 연속 받은 선수는 1983~1886년 MBC 김재박, 1993~1994년과 1996~1997년의 해태 이종범, 1998~1999년 LG 유지현, 2000~2001년과 2006~2007년 현대·삼성의 박진만까지 4명밖에 없다. 2008년부터 4년 연속 매년 유격수 황금장갑의 주인이 바뀌었다.
올해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떠오르는 젊은 유격수 3인방인 강정호(넥센)·김선빈(KIA)·김상수(삼성) 뿐만 아니라 골든글러브 2회 수상의 손시헌(두산)도 부활을 벼르고 있다. 이대수의 수성이 결코 쉽지 않다. 그럴수록 이대수도 더욱 이를 악물고 2연패를 위해 달리고 있다.
이대수는 훈련을 마친 뒤에도 개인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거르지 않고 있다. 그는 "사실 난 원래부터 러닝과 웨이트를 싫어한다. 지루하고 재미없다. 하지만 싫어하는 걸 많이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성공을 맛본 사람은 고통을 잊는 법을 안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답을 찾은 이대수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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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산(애리조나)=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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