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퀸’ 라리 오나라, “엄정화는 영화계의 롤모델” [인터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1.23 08: 32

영화 ‘댄싱퀸’(18일 개봉, 이석훈 감독)에서 일정 부분 웃음을 책임지는 코믹한 여배우가 있다. 엄정화가 속한 그룹 ‘댄싱퀸즈’의 메인 보컬 라리는 콜로라도 출신의 해외파 멤버지만 영어로 세 단어 이상을 말하지 않는 수상한 인물이다. 찰지게 껌을 씹고 건들거리며 엄정화 한테 연습실 청소를 시킨다. 하지만 코믹하고 귀여워 미워할 수 없는 그녀는 결정적인 순간,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
배우 오나라는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신인이지만, 뮤지컬계에서는 이미 ‘로코퀸’으로 유명하다. ‘김종욱 찾기’, ‘싱글즈’, ‘아이 러브유’ 등을 통해 많은 훈남 배우들과 작품을 해왔다. 스스로 “여자들이 대리만족을 하는 캐릭터를 많이 했다”라며 웃어보였다.
영화를 보고 실제 지방 출신이 아닐까 했는데, 그녀에게 사투리는 처음이었다. “전라도 사투리를 쓸 일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영화를 보신 분들한테서 사투리 때문에 이상하다는 얘기는 못 들었어요”라고 말하며 미소지었다. 실제 목포 출신 동료 연기자한테 SOS를 치고 강도 높은 사투리 교습을 받았단다. 다행히 그 쪽(전라도)과 ‘정서’가 맞아 순조롭게 사투리를 배웠고, 칭찬도 받았다고.

라리란 캐릭터에 대해서는 진정성 있게 담으려고 노력했다. 라리가 가족과 전화통화를 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웃지만 스스로는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 라리의 꿈과 아픔을 알기에.
촬영 중 특별한 지시가 없는 이석훈 감독은 그녀의 연기에 코멘트가 별로 없었단다. “저한테 기대가 없으셨던 지라(웃음) 요구를 거의 안하셨어요. 하하. 잘 해서 오케이가 난 건지 아닌지 걱정됐죠. 솔직히. 영화 볼 때까지도 불안했어요. 아..딱 하나 요구하신 게 있네요. 제가 무대 출신이다 보니 목소리가 커요. 한 번은 너무 커서 감독님이 헤드폰을 놓으면서 ‘작게 한번 갈까요’ 이러셨어요.”
뮤지컬계에서 헤로인으로 주목받고 대접받는 그가 다른 분야에 와서 신인으로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듯 했다.
이에 오나라는 고개를 저으며 “당연히 신인”이라고 대답했다. “드라마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신인이 된 자세로 하고 있어요. 오히려 저한테는 배우로서 예전 모습,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기뻐요. 신인된 자세로 하고 있어서 오히려 많이 느는 것 같고요. 뮤지컬에서는 노하우로 이어간 느낌이 들었는데, 제 연기를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 새롭습니다.”
공연과 드라마-영화 연기에 그는 별 차이가 없다고도 말했다. 뮤지컬에서도 전매특허 ‘자연스러운’ 연기로 사랑받는 그다. 그렇기에 섬세한 자연스러움을 요하는 영화-드라마 분야에서도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스스로 조연이라 불리길 거부하는 연기자들이 있는데, 오나라는 그 반대다. “굳이 조연과 주연을 구분할 필요는 없지만, 영화 시장에 색깔 있는 남성 조연 배우분들은 많은데, 그런 여배우는 많이 없죠. 제가 그 역할을 하고 싶어요. ‘명품 조연’이라 불리면 당연히 너무 감사하죠”라고 말한다.
뮤지컬에서 ‘최고’라고 불리는 것에도 겸손함을 내비쳤다. “그 자리까지 올라간 것에는 운도 많이 따랐다”는 그는 아직 배우로서 한없이 부족하다 느낀다고 털어놨다. 무용과 출신으로 연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 게 나름대로의 콤플렉스였다고.
“자격지심 같은 건데 그걸 극복하려고 노력해요. 그렇기에 그런 칭찬은 솔직히 오그라듭니다. ‘내가 이만큼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손해인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은 빨리빨리 버려야죠.”
그는 배우에게 뮤지컬, 영화, 드라마를 딱 나누는 시기는 지나갔다고 말한다. 분야를 크로스오버할 수 있는 폭넓은 연기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한 곳만 고수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또 자신이 이런 도전을 펼치는 것에는 후배에게 본보기를 보이기 위한 이유도 있다. “후배들을 위해서 길을 잘 닦아 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뮤지컬을 하는 배우들이 고민이 많죠. 개인적으로도 잘 됐으면 좋겠지만, 뮤지컬을 넘어 영화, 드라마 배우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제가 먼저 잘 해야 할 것 같아요.”
함께 출연한 황정민, 엄정화와의 호흡에 대해 물었다. 황정민은 그의 고등학교 선배다. 영화 속에서 특별히 황정민과 연기를 주고받은 것은 없지만, 그의 칭찬에 감동을 받은 사연을 들려줬다.
“정민 오빠가 의도적으로 칭찬을 잘 안 하세요. 칭찬을 많이 들으면 우쭐해지고 거만해지는 것을 우려해서 그런거죠. 칭찬을 자제하시는 분인데 ‘댄싱퀸’을 보시고 딱 한마디 ”잘 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한마디에 사랑과 애정이 듬뿍 담겨져 있는 것을 느꼈어요. 그 말을 큰 맘 먹고 하신 걸 아니까. 다음에 황정민 선배님과 같이 연기할 기회가 생기면 정말 제대로 해 보고 싶어요.”
엄정화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선배님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엄정화 선배님은 제 영화계의 롤모델이 될 정도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분이에요. 연기적으로도 많은 것을 공부할 수 있었고, ‘저런 배우가 돼야지’란 생각을 하게 만드신 분이에요. 그 위치에 계시면서도 항상 따뜻하고 단역 배우한테도 귀를 열어주시고 연기에 대해 함께 상의하세요. 그렇게 신을 만들어가는 것을 보고 ‘정말 대단하신 분이구나’란 걸 느꼈어요. 또 옆에 있는 사람을 돋보이게끔 내세워주시죠. 신인 배우는 할 수 있는 장이 없으면 눈에 못 띄는데, 그런 장을 마련해주시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무대에서 화려하고 카리스마도 엄청나신데, 실제로는 순수함 그 자체에요.”
황정민 외에도 꼭 한번 함께 연기하고 싶은 남자 배우로는 김주혁을 꼽았다. “연기 스타일이 잘 맞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또 여배우에 대한 배려로 유명하시잖아요. 정말 매력적이신데 스크린과 드라마에서 편안한 느낌을 받아서 꼭 함께 해 보고 싶습니다."
그는 연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진정성’을 꼽으며 ‘사람들에게 행복한 바이러스를 풍기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 올해 다작을 하는 것이 목표라는 그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드라마 ‘신들의 만찬’ 등에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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