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러진 화살’이 설 연휴를 맞아 대거 개봉한 영화 중 적은 스크린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부러진 화살’은 지난 18일 영화 ‘댄싱퀸’, ‘네버엔딩 스토리’, ‘페이스 메이커’와 동시에 개봉했다. 이 중 ‘부러진 화살’은 개봉첫날 ‘네버엔딩 스토리’(233개)에 이어 245개로 두 번째로, 박스오피스 상위 5위권 내에서는 스크린 수가 가장 적다.
하지만 ‘부러진 화살’은 개봉 첫날에만 관객수 3만 203명을 동원했다. 23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일부터 22일까지 주말 동안 전국 38만 4483명을 동원, 개봉 5일 만에 누적관객수 47만 7846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개봉 후 큰 폭으로 관객수가 늘어나고 있는 ‘부러진 화살’은 스크린 수도 확대되고 있어 관객수 100만을 돌파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볼 수 있다.
법정 실화극 ‘부러진 화살’은 정치사회적 메시지가 내포돼 있어 무거운 영화로 분류된다. 특히 설 연휴를 맞아 극장가를 찾는 가족들과 연인 단위의 관객들을 공략해 감동과 멜로 코드가 버무려진 영화들이 개봉했음에도 ‘부러진 화살’이 큰 관심을 받으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적은 스크린수, 설 연휴용 영화 대거 개봉, 타 영화에 비해 화려하지 않은 홍보 등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부러진 화살’이 관객들에게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실화를 소재로 한 ‘부러진 화살’이 관객들의 공감을 쉽게 자아내는 것과 더불어 13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정지영 감독의 녹슬지 않은 연출력, 55년 숙성된 안성기의 빈틈없는 연기가 최고의 앙상블을 이루며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은 자신에게 패소 판결한 담당 재판장에게 석궁을 쐈던 김명호 교수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재임용에서 탈락해 수년간 법정싸움을 벌이던 김명호 교수가 소송에서 지자 담당 판사에게 석궁을 쏴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던 ‘석궁 테러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청각장애인학교 교장과 교사들이 장애학생들에게 저지른 충격적인 성폭행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경찰이 재수사에 착수하기까지 했다. ‘도가니’처럼 실화, 특히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다룬 영화가 흥행을 일으키면서 ‘부러진 화살’은 개봉 전 ‘제2의 도가니’로 불리며 큰 기대를 모았다.
기대를 걸었던 영화의 뚜껑을 막상 열어보면 실망을 안기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부러진 화살’은 달랐다. 100% 기대를 걸었다면 그만큼 모두 충족을 시켜준 영화다.
영화는 사건의 피고인인 김 전 교수의 항소심 재판과정을 다루면서 사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정지영 감독은 긴장감을 지속시키며 관객의 동의와 분노의 동참을 유발하는 명쾌한 연출력으로 이 영화는 관객들의 간지러웠던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통쾌함까지 선사한다.
오랜만에 주연을 맡은 안성기는 지금까지의 안성기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 완벽하게 소화하며 또 한 번 국민배우라는 명성을 입증했다.
흥미로운 소재, 정지영 감독의 원숙한 연출력, 안성기의 탁월한 연기력 삼박자가 잘 맞아 떨어진 ‘부러진 화살’이 트위터를 통해 입소문을 타며 관객을 끌어 모으고 있어 ‘제2의 도가니’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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