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이어 설 연휴를 맞아 특선 영화를 준비했지만 혀를 내두를 정도로 그 수준이 심각하다.
종편 4사에서 설 연휴 동안 방송하는 영화는 총 16편이다. 각각의 종편은 적으면 3편, 많으면 5편까지 지상파와 비슷하게 편성했다.
종편의 특선 영화 개수는 지상파와 크게 차이가 없지만 라인업은 언급하기 민망할 정도다. 이미 케이블채널에서 재방 삼탕 그 이상 수도 없이 방송돼 이제는 어느 채널에서도 보기 힘든 영화들로 구성됐다.

TV조선은 ‘이대로, 죽을 순 없다(2005)’, ‘가족(2004)’, ‘귀신이 산다(2004)’, ‘투가이즈(2004)’, ‘가문의 영광(2002)’을, MBN은 ‘행복한 장의사(1999)’,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봄날은 간다(2001)’를 편성했다.
JTBC는 ‘황후화(2005)’, ‘카운트다운(2004)’, ‘갱스 오브 뉴욕(2002)’, ‘사하라(2005)’를, 채널A는 ‘사랑을 카피하다(2011)’, ‘복면달호(2007)’, ‘6년째 연애중(2007)’, ‘일루셔니스트(2011)’를 준비했다.
종편 4사 특선영화들은 흥행기록을 세운 히트작이지만 채널A의 ‘사랑을 카피하다’, ‘일루셔니스트’를 제외하고는 모두 과거로 돌아간 듯하다. 특히 ‘8월의 크리스마스’는 무려 14년 전의 작품으로 배우 심은하가 방송에 언급될 때 자료화면으로나 볼 수 있는 영화다.
지상파들이 ‘위험한 상견례’, ‘부당거래’ 등 개봉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싱싱한 영화들을 설 연휴 특선영화로 배치한 것과는 상당히 비교되는 편성이다. 드라마, 예능 등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는 종편이 편성한 영화 라인업 치고는 상당히 실망스럽다.
종편은 야심차게 특선 영화들을 준비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하지만 막상 특선 영화 편성을 살펴보면 KBS 1TV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와 같이 고전 명화나 독립영화를 준비해 장르의 다양성을 둔 것도 아니고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만한 영화들도 아니다.
성의 없는 설 연휴 특선 영화를 준비한 종편, 앞으로도 이번과 같은 수준의 편성을 고수한다면 시청자들은 이들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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