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악소리 난다.
23일(이하 한국시간) 한화 캠프가 차려진 애리조나 투산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 선수단의 분위기가 캠프 1~4일차와는 확실히 달라졌다. 휴식 후 본격적인 훈련 강도를 높였다. 특히 수비훈련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한대화 감독은 "시간 활용을 조금 더 하는 것이다. '특수(특별수비)'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오전 첫 훈련부터 내야수들이 하나 둘씩 후쿠하라 미네오 코치와 김민재 코치의 지도아래 악소리 나는 훈련이 시작됐다. 오전에는 이학준·임익준·오선진·하주석이 맹훈련을 받았고, 오후에는 이여상이 1대1 펑고로 악에 받치는 훈련을 받아야 했다.

특히 새롭게 영입된 일본인 후쿠하라 코치가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훈련 내내 목청껏 선수들의 지적할 부분을 외쳤다. 동작을 작고 빠르게 정면으로 대시하는 것을 가장 강조했다. 빠른 펑고 타고에 뒷걸음질치는 선수에게는 "뒤로 가지 말고 참아라. 공에 다가가라. 볼을 제대로 보고 볼에 달려들어라"고 주문했다.
쉴새없이 이어지는 펑고에 선수들의 몸은 순식간에 녹초가 됐다. '지옥의 펑고' 훈련이었다. 후쿠하라 코치와 김민재 코치가 번갈아 가며 펑고를 치거나 바로 옆에서 선수들의 수비 자세를 잡아줬다. 강도 높은 훈련에 선수들은 공을 패대기칠 정도로 악에 받쳤다.
올해 한화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수비'다. 한대화 감독은 "올해 석면 검출 때문에 그라운드가 바뀐 구장들이 많기 때문에 수비에 변수가 많이 생길 것이다. 변수를 극복할 정도로 수비가 강해야 팀이 산다"고 말했다. 여기에 새 외국인 투수 브라이언 배스가 땅볼 유도에 능한 투수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탄탄한 수비는 모든 투수들의 능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지옥의 수비훈련을 받은 선수들은 "펑고 타구가 연습하는 것치고 정말 빠르다. 마치 실전 경기 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후쿠하라 코치는 볼을 제대로 보지 않거나 캐치를 미흡하게 하는 선수가 나오면 배트를 버리며 가차없이 불호령을 내렸다. "머리 숙이지 말고 시선 바꾸지 말고 조금 더 낮게 공을 소중하게 잡으라"는 게 이유였다.
입에 단내가 날 정도의 맹훈련이지만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선진은 "강도가 높지만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고, 이여상도 "몸은 힘들지만 오히려 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수비는 몸이 힘들수록 분명 늘게 되어있다"고 기대했다. 김민재 코치도 "이 정도로 지치는 건 말이 안 된다. 수비는 연습하면 할수록 는다. 타격과 달리 100%는 아니라도 90%까지는 오를 수 있다. 수비를 잘 해야 진짜 강한 팀"이라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과연 올해 한화의 수비가 얼마나 달라질까. 입에서 악소리 나고 단내 나는 훈련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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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산(애리조나)=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