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냈어? 다시 야구해봐. 아직 젊으니까 할 수 있을거야".
NC 우완 투수 황덕균(29)은 2008년의 어느날을 잊지 못한다. 우연히 신호등을 건너던 그는 맞은 편에서 먼저 자신을 알아본 중년의 신사를 만난다. 지금 NC 사령탑을 맡고있 는 김경문 감독이었다. 당시 김 감독은 황덕균에게 "다시 야구를 해봐라. 아직 젊으니까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어깨를 두드려줬다.
황덕균은 김 감독과 인연이 남다르다.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2년 2차 4번 전체 33순위로 두산에 지명된 기대주였던 황덕균은 그러나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채 2년 만에 방출됐다. 김경문 감독이 막 두산 지휘봉을 잡을 때였지만 황덕균은 함께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이어갔다.

공익근무요원 시절에도 퇴근 후 훈련으로 몸을 만들었다. 그쯤 그는 우연치 않게 김경문 감독과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다. 황덕균은 "두산에서 안 좋은 모습을 보인 만큼 나도 모르게 감독님을 두 번 정도는 피했다. 하지만 신호등에서 감독님이 먼저 알아봐 주셨다. 그냥 지나칠 줄 알았는데 정말 감사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김 감독은 "당연히 내가 있는 팀의 선수였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나"라며 웃어보였다. 김 감독의 말에 용기를 얻은 황덕균의 야구인생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코 끊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일본 독립리그 간사이리그에서 활약하며 NC 스카우트진의 눈에 띄었다. 그는 시즌 막판 팀을 나와 NC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그곳에는 또 김경문 감독이 있었다. 황덕균은 "나야 당연히 감독님을 알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멀리서 투구폼만 보고도 알아보셨다"며 "이렇게 또 감독님과 함께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김 감독은 "덕균이와는 인연이 있는 것 같다. 돌고 돌아 이렇게 다시 만났으니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6개월간의 독립리그라도 수준 높은 일본타자들을 상대하며 얻은게 많다. 그가 처음 일본땅을 밟았을 때는 지진과 방사능으로 모두가 공포에 떨고 있을 시기였다. 주위에서는 "가지 말라"고 만류했지만 황덕균은 야구 하나만 믿고 현해탄을 건넜다. 황덕균은 "내게는 디딤돌이 있어야 했다. 그만큼 절실했다. 마지막 도전이라는 생각으로 최악의 상황을 버텼다"고 회상했다. 힘든 시기를 겪고 이겨낸 만큼 그는 더욱 강해져 있었다.
올 연말 결혼 예정인 황덕균은 "변화구를 보완해서 선발 자리를 꿰차고 싶다. 한화-넥센과 연습경기를 통해 그동안 연습할 걸 보여주고 싶다"며 "퓨처스 리그라도 첫 해 10승을 목표로 삼겠다. 올해 꼭 10승을 해서 감독님께 주례를 부탁할 것이다. 그러니 올해 꼭 잘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게 곧 김 감독에게 보은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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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산(애리조나)=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