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39), 김태균(30), 이승엽(36)에 이어 김병현(33) 등 내로라 하던 최고 선수들이 해외 무대에서 돌아와 프로야구 2012년 시즌은 볼거리가 많아졌습니다. 마치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 듯’ 싶습니다. 누구는 이들이 전성기를 지난 나이 많은 ‘늙은 호박’ 이라고 아쉬워하지만 늙은 호박이 애호박보다 더 맛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여튼 이들의 국내 무대 등장은 ‘황금 호박이 넝쿨째 굴러왔다.’고 할만 해 야구 흥행에 대박이 터진 것입니다. 또 사상 최대로 발생한 자유계약선수(FA) 선수들과 최초로 실시한 제2차 드래프트로 8개 구단의 전력 변동이 다양해져 팬들의 관심이 증폭됐습니다..
출범 31년째를 맞는 2012 시즌은 지난 해 정규 시즌 유료입장객 680만 명을 뛰어넘어 700만 명 시대가 확실해졌습니다. 올해는 오는 7월 28일~8월 12일에 영국 런던 올림픽이 열려 관중 동원에 어느 정도 지장을 주겠지만 남아공 월드컵이 벌어진 2010년에 대회 기간 동안 야구장 관객이 예년에 비해 15% 가량 줄어들긴 했어도 그 해 집계는 전년도에 비해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하계 올림픽이 그다지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기있는 국제대회 개최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나라 기후가 근래 급격하게 여름에 비가 오는 날이 늘어나 페넌트레이스 진행에 커다란 지장을 초래해 경기를 못하는 날이 늘어나고 있어 걱정입니다. 지난 해 정규리그에서 우천 취소된 경기는 무려 76경기이고 플레이오프 SK-롯데의 5차전도 비로인해 한 차례 연기돼 팬들의 아쉬움이 컸습니다. 휴가와 방학이 끼여 흥행성이 높은 6~8월 여름의 경기 일정 중 3분의 1 가량이 연기되고 있습니다.
금쪽같은 호재를 살리려면 비가 내려도 야구를 관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놓는 게 30년을 지낸 프로야구가 할 일입니다. 비가 내려도 경기를 할 수 있는 돔구장이 있으면 괜찮지만 건설 경비가 엄청나게 드는데다 짓고 난 다음의 수익성 여부 때문에 그동안 진척이 되지 않았습니다.
돔구장을 건설한다는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온 것은 7년 전부터였습니다. 경기도 안산과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돔구장을 짓는다는 소식입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 프로야구의 인기 상승에 따라 돔구장 건립에 나섰으나 아직도 확실하게 돔구장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이렇게 지지부진한 이유는 한마디로 돈이 부족해서입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으론 부족해 기업체가 나서야 하는데 막대한 경비를 충당할 수 있는 수익성에 자신없어 기업체에서도 주춤거리고 있는 것입니다.
거론되고 있는 돔구장 건설 현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 신축 계획이 확정된 경기장은 고척동 돔구장 뿐입니다. 고척 돔구장은 2만2258석 규모로 2013년 12월 말 완공될 예정입니다.
그러나 고척동 돔구장은 3만 명 수용이 어려운 미니 돔구장이며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당국에서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진단이 나와 마지막 단계에서 주춤거리고 있습니다.
감사원이 지난 10일 돔구장 건립 사업이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적자 사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돔구장 건립의 재고를 권고 했기 때문입니다. 감사원은 서울시가 돔구장 건립을 추진하면서 돔구장 사업타당성 조사 당시 상당 비용을 누락하고, 운용수익을 뻥튀기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돔구장을 프로야구장으로 활용하더라도 손익분기점조차 넘기지 못해 사업타당성이 없어 서울시민들의 세금만 축낸다는 것입니다. 서울시는 총 사업비 2211억원을 들여 지난 2005년 고척동 하프돔구장 신축 등 서남권 문화체육콤플렉스 건립사업을 추진했고, 2009년 완전돔구장으로 변경 시공하고자 전문용역기관에 사업타당성 조사를 의뢰했습니다.
한편 안산시는 지난 16일 올해 돔구장 건립사업의 재추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시민과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 운영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해 11월 안산도시공사를 상대로 2010년 7월 이후 잠정 중단했던 우선 협상대상자 현대컨소시엄과의 실무 협상을 재개키로 했습니다.
시 관계자는 "논란이 많았던 돔구장 건립사업을 가장 합리적인 방안으로 추진하기 위함"이라며 "현재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협의체에서 사업 추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안산시는 당초 2010년 말 착공을 목표로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20만5791㎡에 3만2000석, 사업비 1조4500억 원 규모의 돔구장 건립사업을 추진했으나 프로야구단 유치에 실패할 경우 혈세 먹는 하마가 될 수 있다는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대에 부딪쳐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의 돔구장 건립이 난항을 겪고 있는데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나서 본격적으로 돔구장 건설을 추진했으면 좋겠습니다. KBO는 재정적인 부담를 제외하고 타당성을 정부에 제시해 돔구장 추진 사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와 야구인들의 조언입니다.
KBO는 앞으로 국제대회 사업안으로 올해 11월에 아시아시리즈를 유치할 예정입니다. 올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면 한국과 일본, 대만, 중국, 호주의 챔피언이 겨루는 대회로 부산 사직구장이나 잠실구장, 문학구장에서 열 계획을 세우고는 있으나 만약 11월에 날씨가 혹독하게 추워지면 낭패입니다. 돔구장이 필요한 대회이지만 결정이 난다고 하더라도 하늘만 믿고 대회를 치를 수밖에 없는 딱한 형편입니다.
또 KBO는 2017년에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를 유치할 계획인데 세계 강국들이 참가하는 이 대회는 반드시 돔구장이 갖춰줘야 2~3월이나 11월에 열릴 수 있습니다. 앞으로 4~5년 후에는 꼭 필요한 돔구장을 지으려면 지금부터 KBO가 전면에 나서서 돔구장 건립 사업을 추진해야 합니다.
/OSEN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