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윷'만 나오면 너네 잡는다~""윷이 뭐 아무때나 나오나?".
타지에서 설날을 맞았지만 민족 최대의 명절다운 느낌은 그대로였다.
KIA 타이거즈 선수단은 24일(한국시간) 야간 훈련 대신 윷놀이 행사를 열었다. 선수단은 투·포수, 내야수, 외야수, 코치, 프런트로 조를 나눴다. 상금은 선동렬 감독이 쾌척. 우승팀은 1,500달러, 2등팀은 1,000달러, 3등팀은 500달러가 걸린 제법 큰 경기였다.

첫 판부터 흥미진진한 경기가 펼쳐졌다. 오랜만에 가진 휴식 겸 여가 활동에 선수들은 목청을 높여가며 경기를 즐겼다. 특히 서재응, 차일목, 김상현이 계속해서 윷놀이의 규칙을 따지고 상대팀을 놀리며 분위기를 돋웠다. 지켜보던 선 감독은 "사공이 너무 많아서 경기가 산으로 가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새 새 외국인 좌완 알렉스 그라만과 우완 앤서니 르루가 소속된 투수 A조의 조장 서재응은 경기 시작 전 "우리 팀은 용병 투입!"이라며 능청을 부렸다. 그라만이 '윷'을 던지자 선수들이 환호성을 질렀고, 그라만은 룰을 모르면서도 같이 기뻐하며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그 분위기에 '개'를 던진 르루는 혼자서 "이상하게 팀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하며 금방 윷놀이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수들이 손짓발짓으로 규칙을 설명하던 중 이용규는 르루가 '걸'을 던지자 "3 베이스!"라며 명쾌하게 정의(?)를 내리기도 했다.

결승전은 코치팀과 투수B조의 경기. 코치팀은 그 동안의 연륜으로 처음부터 확실하게 기선을 제압했다. 결승전이라기엔 싱겁게 끝났다. 특히 새 외국인 코치인 미나미 타니 트레이닝 코치는 생애 첫 윷놀이였음에도 '모' 다음으로 '개'를 던져 상대편 말을 잡은 뒤 '윷'으로 경기를 매조지고 MVP를 수상했다.
경기 후 선 감독은 상금을 직접 나눠주며 "오늘 분위기가 너무 좋더라. 전지 훈련 기간 동안 힘들겠지만 오늘처럼 즐기면서 부상 없이 잘 하자"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이날 야간 훈련도 없애고 윷놀이 대회를 연 취지가 잘 담긴 한 마디였다.
지난 15일부터 미국 전지훈련을 시작한 KIA 선수들은 하루 종일 점심시간 외에는 휴식시간도 따로 없는 고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그러던 중 외국에서 맞은 설날. 선수들은 모처럼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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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애리조나)=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