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균은 인터뷰 내내 쑥스러워 터뜨리는 웃음을 자주 보였다. 인기가 많다는 소리, 연기를 잘한다는 평가 등등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고 들썩거리면서 겸연쩍은 듯 웃음을 터뜨렸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듯 몸짓. '연기의 神'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이로서는 과하다 싶을 만큼 겸손하고 순수(?)했다. 한술 더 떠 카메라울렁증까지 있다는 고백. 이 사람이야 말로 뇌 속엔 대체 뭐가 들어있을까.
-극중 '의도된 발연기'가 화제가 된 적 있다. 신들린 연기를 하다가 발연기(?)가 나오자 네티즌 사이 난리가 났었는데..
기사를 봤는데 '의도된 발연기' 뭐 이렇게 타이틀이 붙었더라. 그렇게 붙을줄은 몰랐다. 하하하. 대본상 필요했던 부분이라 생각한대로 연기했던 것 같다.

-'브레인' 출연을 결심한 계기는? 애초 다른 배우가 남자주인공으로 캐스팅되기도 했다
대본을 봤는데 매력적이었다. 막연히 의사 역할이어서 선택한 것도 아니고..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좋았다. 병원, 의사.. 어떻게 보면 평범한 우리들과는 전혀 다른 세계 얘기인 것 같지만 우리와 닿아있는 얘기인 것 같다. 인간의 욕망이나 그런 것들이 부각돼있어서 매력적이었다.
-데뷔 때부터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어느 배역하나 평범하고 말랑한 캐릭터는 없다. 남들은 쉽게 하기 힘든 독특하고 어려운 역할들을 주로 해왔는데..
특별히 그렇게 계획하는 건 아니다. 소위 말해 '땡기는' 작품을 한다. 개인적으로 새롭고 독특한 작품들을 좋아하는 편인 건 맞다. 그렇다고 해서 꼭 그런 것만 추구하는 건 아닌데.. 안 해본 것들은 다양하게 다 해보고 싶다.
-'박쥐'나 '더 게임', '지구를 지켜라' 등 대표작들을 둘러보면 극단적이고 비정상적인 인물들을 많이 연기했다. 애초에 특이한 작품들에서만 출연 제의를 받는 게 아닌가
사실 선입견들도 좀 있을 것 같다. (이제껏 해왔던 특이한 캐릭터로 만들어진) 기존의 제 이미지를 염두한 작품들이 들어오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또 그게 때에 따라 다르다. 어떤 때는 기존 이미지와 전혀 다른 캐릭터들이 들어오기도 한다.
-그럼 로맨틱 코미디같은 말랑한 작품들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출연할 생각도 있는가?
물론이다. 영화 '고지전' 끝나고 인터뷰를 할 때도 여러 번 말했었다. 아스팔트 위 도시적인 느낌의 남자나 말랑한 멜로 연기도 해보고 싶다고. 로맨틱 코미디 같은 것도 충분히 해보고 싶다.

-작품 활동 외에 TV나 예능 출연이 워낙 없다. 일부러 노출을 꺼리는 편인가?
워낙 낯가림이 너무 심하다. 예능 같은 데 나간다면 말을 잘 못할 것이다. 카메라 울렁증이 지금도 심하다. 대본이 있고 연기를 하는 것이라면 모르겠는데 작품 자체로서가 아닌 제 자신을 보여주는 게 어렵다.
-카메라 울렁증이라니 믿을 수 없다
카메라 앞에서는 늘 떨린다. 정말이다. 지금도 내가 연기하는 장면을 모니터할 때 도저히 맨 정신으로는 못 보겠다. 맥주라도 한 캔 마시고 보는 편이다. 민망하고 부끄럽다. 내 연기가 늘 눈에 차지 않는다.
-낯을 가리고 말수도 적다는데.. 실제 성격이 그런가?
사석에서는 말을 전혀 안 하는 편이 아닌데도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에서는 말하는 게 어렵다. 평소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공백기에도 주로 집에 있다. 술 좋아하고 음악 듣는 거 좋아하고 그렇게 조용히 지낸다.
-다음 작품 계획은 어떻게 되나?
'브레인' 촬영 때문에 아직 새로 들어온 시나리오들을 보지 못했다. 아무래도 영화를 하게 될 것 같다. 특별히 영화를 선호하고 드라마를 가리는 건 아니다. 언제든 드라마도 좋은 작품과 캐릭터가 있다면 또 다시 할 것이다.
-큰 공백기 없이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데, 쉬고 싶은 생각은?
원래 작품을 쉬는 것을 못 견딘다. 공백이 길어지면 술도 많이 먹게 되고 게을러지고 나태해지기 때문에 안 된다. 하하하. 사람답게 살기 위해 빨리 작품을 해야 한다.
-팬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배우 입장에서 뭐라고 말씀 드리겠나. 다음에 더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찾아뵙고 좋은 연기로 보답하겠다는 말 뿐이다.
-신하균에게 '브레인'이란?
너무 많은 걸 얻게 해준...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하하하. 기분이 좋고 나를 행복하게 해준 작품이 아닐까.
issue@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