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마무리', 2012년 효율성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1.25 06: 46

1998년 외국인 선수제가 도입된 이래 14년 만에 맞은 전원 투수 시대. 그 와중에서 마무리 요원으로 선택된 선수들은 세 명이다. KIA 타이거즈의 알렉스 글래먼(35), 두산 베어스의 스캇 프록터(35) 등 새 외국인 투수와 재계약에 성공한 한화 이글스 데니 바티스타(32)의 2012년은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8개 구단이 모두 외국인 선수 구도를 투수 2명으로 채우고 시즌을 준비 중인 가운데 세 팀은 외국인 선수 한 명을 마무리 요원으로 점찍었다. 한화는 지난 시즌 오넬리 페레즈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한국 땅을 밟아 27경기 3승 10세이브 평균자책점 2.07로 맹활약한 바티스타와 재계약했다. 바티스타는 35⅔이닝 동안 무려 61개의 삼진을 뽑아내는 맹위를 떨쳤다.
지난 시즌 후 15승을 거둔 더스틴 니퍼트와 재계약하고 페르난도 니에베와의 계약이 끝난 뒤 새 외국인 투수를 찾던 두산은 2006년 뉴욕 양키스 소속으로 26홀드를 올리는 등 이름값이 높던 베테랑 우완 프록터를 영입했다. 2009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전력의 프록터는 지난 시즌 애틀랜타-양키스서 39경기 2승 6패 평균자책점 7.14를 기록했으나 손쉽게 94~95마일의 빠른 직구를 구사했다.

좌완 선발 두 명을 찾던 KIA는 중남미 윈터리그 시장의 좌완 기근 현상으로 인해 원하는 정도의 기량을 갖춘 투수를 찾지 못하고 우완 앤소니 르루와 좌완 알렉스를 영입했다. 이 중 계투 요원으로 활약이 기대되는 투수는 바로 알렉스. 알렉스는 2008년 세이부 소속으로 31세이브를 올리며 퍼시픽리그 구원왕좌에 오르기도 했으나 2009년 어깨 수술 전력이 마음에 걸린다. 그러나 일본 야구를 경험하며 견제 및 퀵모션에 능하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그동안 외국인 마무리 투수는 효용성 면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1998년 트라이아웃 전체 1순위인 조 스트롱(당시 현대)을 시작으로 2009년 이용찬(두산)과 함께 공동 구원왕(26세이브)이 된 존 애킨스(전 롯데)나 2008~2009시즌 한화 뒷문을 지킨 브래드 토마스 등이 있으나 임팩트 면에서 선발로 나섰던 투수들에 비하면 아쉬움이 있다. 지난해 롯데에서 뛴 브라이언 코리는 시즌 초중반 계투로 나서다 결국 급격한 구위 저하로 퇴출의 칼을 맞았다.
애킨스의 경우 외국인 투수로는 유일한 세이브 부문 타이틀홀더였으나 49⅓이닝 동안 피안타 49개에 사사구 25개로 투구 내용이 불안정하다는 점에서 재계약에 실패했다. 구단 입장에서도 외국인 투수를 마무리로 쓰는 일은 선발 요원을 뽑는 것보다 더 어려운 편이다.
선발 요원의 경우 경기 출장 수가 아닌 이닝 수나 승리 숫자 등으로 옵션을 걸면 되기 때문에 계약을 이끌어내기 쉬운 편이다. 그러나 만약 계투 출장의 경우 경기 출장만이 아닌 불펜 대기 시 불펜 투구로 인한 체력 소모까지 감안해야 한다. 단순한 세이브 숫자로 옵션을 거는 것만이 아니라 그에 대한 계약 조건까지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계약서에 '계투로도 출장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조항이 있을 경우 외국인 투수와의 계약이 쉬운 편은 아니다.
시즌 운용을 살펴봐도 선발 요원은 자신이 맡은 경기만 잘 책임지면 본전 이상의 평가를 받는다. 2007~2008시즌 LG서 활약한 크리스 옥스프링이나 지난해 최고 외국인 투수로 활약한 니퍼트의 경우는 팀 성적과 관계없이 선발로서 제 몫을 충실히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재계약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외국인 마무리 요원을 선택하는 팀의 경우 대체로 계투진이 타 팀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우가 많다. 솔리드한 활약을 보여주던 마무리 투수가 앞선 투수들이 주자를 쌓아 만든 승계 실점 등으로 인해 무너진다면 자칫 외국인 마무리 한 명이 계투진의 취약점에서 야기된 책임을 덤터기 쓸 수도 있다. 일찍 팀의 경기력이 무너져 좋은 마무리 투수가 '개점휴업'한다면 '계륵'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
결국 외국인 마무리는 팀 전력이 어느 정도 갖춰지고 선수 본인이 팀에 얼마나 잘 녹아드느냐가 중요하다. 계투 출장이 마음처럼 되지 않자 심통을 부려 팀 케미스트리를 해친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구단이 팀 성적 하락과 함께 외국인 마무리 투수의 효율성을 의심해 처우를 처음과 달리 느슨하게 하다 선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 재계약 협상을 맺지 못한 적도 있다. 민감한 보직을 외국인에게 맡기는 만큼 팀 내부적으로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다.
마무리 투수가 매 경기 좋은 활약을 펼치고 팀 성적도 잘 나온다면 선수와 구단에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그러나 야구는 말처럼 쉽게 되는 종목이 아니다. 과연 세 명의 외국인 마무리들은 올 시즌 팀의 효자가 될 수 있을까.
farinelli@osen.co.kr
바티스타-프록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