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감독, '선발 이용찬' 고수하는 이유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1.25 06: 42

"변화구 남발이 투수 부상을 초래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속내를 살펴보면 오히려 직구를 더 세게 던지려는 파워피처들의 부상이 훨씬 더 많다".
1군 감독은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선수를 지켜보는 입장에서 그 선수의 장래도 함께 보고자 했다. 김진욱 두산 베어스 신임감독이 마무리 보직을 원하는 이용찬(23)을 바라보는 시선은 '서울팀 선발 에이스'다.
지난 10월 두산의 제8대 감독으로 취임한 김 감독은 2군 재활-투수코치 시절부터 선수들의 신임이 돈독한 지도자다. 초보 감독임에도 두산은 "단순한 성적만이 아닌 선수들 개개인을 잘 파악하고 선수들도 대단한 믿음을 보여준다는 점"을 들어 김 감독을 선임했다.

김 감독은 취임 이후 외국인 투수 한 명을 마무리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1~2년 간 젊은 국내 선발투수를 키우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윤석민(KIA), 류현진(한화), 김광현(SK) 등 전도유망한 선발 에이스들의 탄생과 성장을 타 팀 지도자로 지켜본 입장에서 서울 연고팀을 대표하는 에이스를 키워보고 싶다는 뜻이다.
김선우-더스틴 니퍼트 선발 원투펀치가 올 시즌에도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김 감독은 이용찬, 임태훈(24), 서동환(26), 홍상삼(22) 등 젊은 선발 투수들의 두각을 바라고 있다. 이 가운데 예전부터 "내 꿈은 믿음직한 마무리"라고 밝혀 온 이용찬을 선발로 키우는 책략을 주목할 만 하다.
장충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7년 두산에 1차 우선 지명(계약금 4억5000만원)으로 입단한 이용찬은 첫 해 팔꿈치 수술 및 재활로 1년을 보낸 뒤 2008시즌 중에도 어깨 부상으로 주춤했다. 그러다 2009년 26세이브를 올리며 공동 구원왕-신인왕이 되는 등 첫 풀타임 2년 간 51세이브를 올렸다.
그러나 지난 시즌에는 5월 선발로 전격 전향해 28경기(129이닝) 6승 10패 평균자책점 4.19의 성적을 거뒀다. 고교 시절에도 선발보다 승리 카드 투입이 잦았던 이용찬임을 감안하면 초보 선발로 가능성을 비췄다고 볼 수 있다. 후반기 팔꿈치 통증을 참고 끝까지 로테이션을 지켰던 이용찬은 이제 선발로 적합한 몸을 만들기 위해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 캠프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스리쿼터 스타일로 던지는 용찬이의 경우는 딜리버리 시 팔이 돌아서 나오는 그 리듬이 굉장히 좋다. 공에 힘을 싣는 요령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구태여 그 투구폼을 교정할 필요도 없고 너무 빠른 직구를 던지려고 의존할 필요도 없다. 지난해 체인지업이나 투심을 정말 잘 던진 만큼 수싸움 요령을 익힌다면 충분히 좋은 선발투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감독이 선발을 원하는 만큼 마무리의 꿈을 잠시 접은 이용찬이지만 아직 마무리의 꿈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다. 마무리로 뛸 당시에도 이용찬은 "통산 100세이브는 꼭 해보고 싶다"라며 투지를 불태웠다. 야구 욕심이 큰 선수인 만큼 김 감독도 아직 이용찬이 마무리로서 다시 뛰고 싶은 욕심을 버리지 않은 것을 알고 있다.
"마무리로 더 빠른 직구를 던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멀리 봤을 때 선발로 뛰는 것이 오히려 용찬이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지는 마무리가 되기 위해 고교 시절 오버스로에서 스리쿼터로 팔 각도를 낮춘 이용찬. 그러나 김 감독은 이용찬이 앞으로 팀의 선발 에이스로서 오랫동안 활약하는 투수가 되길 바랐다.
"일각에서는 변화구 과사용으로 인해 팔꿈치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동서고금의 전례를 보면 오히려 변화구 위주의 기교파 투수보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의 부상과 수술이 더욱 잦고 투수 생명도 짧다.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팔 상태가 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힘만 더욱 주려다가 탈이 나기 때문이다. 용찬이가 빠른 공 위주의 마무리로 뛰기 보다 오랫동안 선발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에이스로 자라나면서 더욱 제 이름값을 높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용찬에게 변형 체인지업을 전수했던 투수진 맏형 김선우는 지난 시즌 중 팀 내 젊은 선발감을 이야기하며 "용찬이는 재능이 많은 친구다. 내 힘이 마흔이 넘어서까지 지속될 수 없는 만큼 훗날 이용찬과 임태훈이 선발 주축으로 우뚝 섰을 때 후위에서 힘을 보탤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말로 기대감을 비췄다. 두산이 이용찬에게 바라는 기대치는 '서울의 마무리'가 아닌 '서울의 선발 에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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