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혼으로 악착 같이 승부한다".
신생팀 NC에는 사연있는 선수들이 많다. 이제 5년차가 된 좌완 투수 민성기(23)도 예외는 아니다. 181cm와 73kg에서 나타나듯 호리호리한 체구. 얼굴도 곱상하게 생겨 얼핏 연약한 이미지를 풍기는 그이지만 사실 악으로 깡으로 똘똘 뭉쳤다. 전역한지 2개월도 되지 않은 해병대 현역 출신이기 때문이다.
중앙고를 졸업한 뒤 지난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현대에 2차 3번 전체 22순위로 지명된 민성기는 2008년 우리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데뷔 첫 해 6경기에서 1승을 올렸지만 평균자책점은 5.68. 이듬해에는 1군에 한 번도 오르지 못했고 결국 시즌 후 구단으로부터 군입대 권유를 받았다.

그러나 상무와 경찰청에 낸 지원서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 휴짓조각이 되어버렸다. 졸지에 오갈데 없는 신세. 그때 민성기는 해병대 입대를 결심했다. 한창 던져야할 어린 투수의 해병대 입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주위에서도 "웬 해병대냐"며 극구 만류했다. 하지만 민성기 마음은 확고했고 고집을 꺾지 않았다.
민성기는 "쓴맛을 본 만큼 독하게 마음 먹고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고 해병대 자원 입대 배경을 설명했다. 2010년 2월에 입대한 민성기는 1년간 야구와 동떨어져 지내야 했다. 하지만 상병을 단 뒤로는 간부·고참들의 배려아래 일과 시간을 마친 후 개인훈련을 시작했다. 웨이트과 러닝 그리고 섀도우 피칭으로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을 벌였다.
민성기는 "처음 1년은 고참들이 많아 제대로 훈련을 하지못했다. 상병을 달고난 뒤부터 주위의 배려로 훈련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며 "몸을 만드는 만큼 야구도 많이 봤다. 좋은 공을 던지는 좌완 투수들에게 눈길이 많이 가더라. 당연히 류현진의 경기를 자주 봤다"고 돌아봤다. 그렇게 마지막 1년간 충분히 몸을 만들었다.
마침내 지난해 11월20일 전역했다. 새출발을 다짐하며 그리운 야구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넥센은 그를 방출대상자에 올려놓았고 꽃같은 전역 일주일 만에 새 직장을 구해야 했다. 하지만 민성기는 "야구를 놓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망연자실할 게 아니라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계속해 몸을 만들어가며 때를 기다렸다"고 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NC로부터 연락이 왔다.
강진-제주도 캠프에서 민성기는 합격점을 받았고 NC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그는 "아무래도 군필이고 나이가 어려서 좋게 봐주신 것 같다"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한다. 아프지 않고 해병대 해병혼의 정신으로 악착 같이 하고 싶다. 권오준·윤상균 선배님들처럼 해병대 야구선수의 성공 신화를 쓰겠다"고 다짐했다.
곱상한 외모와 달리 불굴의 의지를 갖고 있는 민성기. '해병혼'으로 중무장한 전역 2개월차 투수의 기백은 그 누구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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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산(애리조나)=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