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스프링캠프에 이발사가 나타났다?
애리조나 투산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한화 선수단. 투수 안승민과 최우석의 헤어스타일이 달라졌다. 인상적인 구레나룻과 정리되지 않은 턱수염의 안승민이 구레나룻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턱수염을 다듬었다. 최우석도 길었던 뒷머리를 일자로 깨끗하게 잘랐다. 숙소 근처에는 헤어샵도 없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안승민과 최우석의 머리를 다듬어준 이발사는 다름아닌 '친절한 찹형' 박찬호(39)였다. 박찬호는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 휴식일 전날밤 18년 후배이자 룸메이트 안승민의 머리를 직접 깎아줬다. 이튿날에는 안승민의 두서없이 자라난 턱수염을 각지게 깎고 눈썹을 다듬으며 새로운 스타일을 연출했다. 그 옆에 있던 최우석도 '이발사' 박찬호 가위손에 걸려 뒷머리를 잘렸다.

안승민은 "박찬호 선배님께서 구레나룻을 잘라주고, 턱수염을 다듬어주셨다. 눈썹도 다듬어 주셨다"며 웃어보였다. 주위에선 이를 두고 "심플하고 깔끔해졌다"는 호평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뒷머리를 일자로 잘린 최우석에 대해서는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그래도 최우석은 "박찬호 선배님이 잘라주셨다"며 영광스러워했다.
'코리안특급'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아시아 최다 124승 투수의 권위를 버리고 후배들과 하나로 뭉쳐졌다. 휴식일 날 후배들의 머리·수염·눈썹을 직접 다듬어줄 정도로 후배들을 진심 어린 마음으로 챙기고 있다. 처음에는 '대선배' 박찬호를 어려워 던 후배들도 이제는 먼저 그에게 말을 걸 정도로 친근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

한화 선수들은 "박찬호 선배님이 좋은 말씀을 정말 많이 해주신다. 권위의식 같은 건 없고 진심으로 잘 챙겨주신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다 보니 식사시간에는 박찬호의 주위를 후배들이 둘러싸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식사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간의 우애도 깊어지고 있다. 하나의 팀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조금씩 "찹형"이라고 부르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필라델피아 시절 지미 롤린스가 지어줘 '찹(Chop)'이라는 별명을 얻은 박찬호는 후배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시무식 때 "형 또는 찹이라고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거리낌없이 "찹형"이라고 부르는 류현진을 필두로 젊은 투수들이 하나둘씩 박찬호를 "찹형"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물론 대선배로서 가장 중요한 것 바로 가르침을 빼놓지 않고 있다. 박찬호는 종종 식사시간이나 본인의 방으로 후배들을 앉혀 놓고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한다. 신인 최우석은 "박찬호 선배님이 술담배와 여자를 멀리하라고 하셨다. 비록 선배님은 추억이 많지 않지만 야구 하나만 바라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하셨다. 그러면 꼭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한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박찬호의 말이 많다"고 한다. 그만큼 팀원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어울리려고 노력한다. 어느새 그는 한화 후배들 사이에 '친절한 찹형'이 되어있었다. 바로 한화가 기대하는 '박찬호 효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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