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호, '야구인 숙명' 에도 기뻐할 수 있었던 이유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1.25 17: 59

현장에서 선수들과 부대끼며 뛰는 야구인들에게 설날은 없는 것이라고 셈 치는게 편하다. 1월부터 3월까지 이어지는 전지훈련 기간에 항상 겹치기 때문이다. 이역만리에서 떡국을 먹고 윷을 던지는 등 분위기를 내 보려 노력을 해 보지만 아무래도 한국과 같은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코칭스태프와 같이 야구계에 수십년 몸담아 온 사람들에게 이제는 설날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지는 않는다.
이를 반영하듯 롯데 권두조(60) 수석코치는 "야구인은 필연적으로 설날 즈음에는 한국을 떠난다. 설날 분위기를 마지막으로 느껴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면서 "그래도 (설날 즈음에 전지훈련을 떠나는 게) 그게 행복한거다. 야구인은 현장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하게 고국에서의 생일을 잃어버린 이가 바로 롯데 양승호(53) 감독이다. 야구선수들은 1월~2월이 생일이면 고국에서 생일 밥상을 받기 힘들다. 양 감독의 생일은 1월 25일, 1983년 해태 타이거즈에서 선수로 데뷔한 이후 두산-LG-고려대-롯데를 거치며 코칭스태프로 계속 야구계에 몸담아 왔기에 1월은 항상 해외에서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양 감독은 25일 OSEN과의 전화 통화에서 "1990년 결혼했는데 결혼한 이후 생일상을 단 한 번도 못 받아봤다. 또 설도 한 번도 국내에서 쇤 적이 없다"며 타지에서 맞이한 생일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어찌보면 양 감독 부인은 항상 외국에서 생일을 맞이하는 남편 덕분에 편할(?)지도 모를 일이다.
대신 매년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함께 생일을 보낸다. 사이판 현지에 있는 롯데 구단 관계자는 "25일 훈련 시작 전 케이크로 생일파티를 하고 선물 전달을 했다"면서 "프런트, 코치, 선수단의 선물을 받고 기뻐했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양 감독은 "작년과 올해 잘 챙겨줘서 선수단과 프런트에게 고맙고 호텔에서 미역국까지 준비해 줘서 잘 먹고 나왔다"며 흐뭇해 했다.
양 감독은 고급 구두를 선물로 받았단다. 지난해 8월 양 감독은 고원준이 약속대로 좋은 활약을 펼치자 구두를 선물로 준 적이 있는데 생일이 되어서 다시 돌려받은 셈이다. 양 감독은 "다들 신경써서 챙겨준 덕분에 허전함 없이 생일을 보냈다"며 다시 한 번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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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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