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녀석, 좀 재미있겠는데…".
지난해 9월. 한화 강성우 배터리코치가 2군에 있을 때 구단에 테스트를 받으러 한 포수가 찾아왔다. 강성우 코치는 "캐치볼을 던질 때부터 마음에 들었다. 저 녀석 좀 재미있겠다 싶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얼마 후 한화의 신고선수로 들어왔다. 2006년 쿠바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멤버 포수 이준수(24)였다.
신일고를 졸업한 뒤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한 채 2007년에 KIA에 신고선수로 들어간 이준수는 그러나 2년 만에 팀에서 방출됐다. 그는 "그때는 나이도 어리고 철이 없을 때라 야구를 제대로 열심히 안 했다. 간절한 마음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경찰청 테스트에서 떨어진 이준수는 미련 없이 현역으로 군입대했다. 그때가 2009년 11월. 그는 "현역 입대를 한 건 야구를 포기했다는 뜻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군생활을 하면 할수록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야구에 대한 마음이 우러나왔다. 휴가를 나올 때마다 부모님도 "다시 야구를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하고 설득했다.
결국 군대에서 다시 야구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강원도 철원의 오지였지만, 운이 좋게도 중대장이 야구를 좋아했다. 중대장과 함께 캐치볼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몸을 만들었다. 그렇게 야구에 집중하다 보니 시간도 빨리 흘러갔다. 휴가 때에도 훈련하며 전역 이후를 대비했다. 그리고 말년에 기회가 찾아왔다.
이준수는 "지난해 9월말 한화에서 테스트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부터 정말 열심히 운동했다. 말년 휴가를 나와 한화에서 테스트를 받았다"며 간절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그를 눈여겨 본 이가 바로 강성우 배터리코치였다. 강 코치가 구단에 건의하면서 이준수는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그렇게 다시 야구선수가 됐다.
지난해 가을 일본 나가사키 마무리훈련에서 맹조련을 받은 이준수는 애리조나 투산 스프링캠프까지 이름을 올렸다. 신고선수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한대화 감독은 "동작이 빠르다. 신고선수라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했다. 강성우 코치는 "덩치는 작지만 동작 하나 하나가 재빠르다. 지금 당장은 몰라도 경험을 쌓고 실력을 키우면 수년내로 재목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걸었다.
이준수는 "스프링캠프 합류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고 좋다. 룸메이트 최승환 선배께서 정말 편하게 잘 대해주신다. 청소년 대표 동기 (임)익준이도 있어 의지가 된다"고 했다. 무엇보다 그는 "다시 기회를 주신 강성우 코치님께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꼭 잘하고 싶다. 어렵게 야구를 다시 시작한 만큼 하루하루 절실하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작지만 빠른 동작으로 무장한 이준수. 새로운 신고선수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봐야 할 듯하다.
waw@osen.co.kr
한화 이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