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 송신영이 커브 좋네. 그거 유창식이한테도 좀 가르쳐주라".
25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 투산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 불펜 피칭장에서 투수들의 투구를 지켜보던 한화 한대화 감독이 송신영(35)을 지켜보고는 "커브 좋네"라고 칭찬했다. 이어 "그거 유창식에게도 좀 가르쳐주라"고 주문했다. 2년차 좌완 투수 유창식(20)은 이번 캠프에서 17년 선배 송신영과 룸메이트로 한 방을 쓰고 있다.
그날 저녁. 식사 후 야간 훈련 시간을 앞두고 유창식이 TV를 보고 있던 송신영에게 먼저 다가갔다. 손에 공을 하나 쥔 채로 유창식은 "선배님, 커브 좀 가르쳐 주십시오"라고 부탁했다. 고참 선수들이 빠지는 야간 훈련이지만 송신영은 "그래 나가자"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훈련장 불이 꺼질 때까지 커브 특훈이 이어졌다.

송신영은 "안 그래도 창식이에게 커브를 한 번 가르쳐줄 생각이었다. 공교롭게도 오늘 감독님과 창식이가 먼저 이야기했다"며 "창식이가 의욕을 보인 만큼 당연히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송신영은 직접 커브 잡는 그립과 손목 꺾는 법을 가르쳐줬다. 이어 포수 미트를 끼고 쭈그려앉아 유창식의 커브를 하나하나 받아냈다.
유창식은 "직구와 슬라이더로는 한계가 있다. 송신영 선배님이 커브를 잘 던지시기 때문에 한 번 배워보고 싶었다"며 "이렇게 성심성의껏 가르쳐주실 줄은 몰랐다"며 감사해 했다. 송신영은 "처음으로 가르쳐줬지만 성과가 괜찮았다. 창식이는 손가락 감각이나 애구에 대한 자질이 좋다. 센스가 있기 때문에 잘 해낼 것"이라 기대했다.
송신영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유창식과 한 방을 쓰고 있다. 그는 "룸메이트로 (김)혁민이와 창식이를 놓고 고민하다 조금 더 어린 창식이를 택했다"고 했다. 함께 하는 만큼 나누는 이야기도 많다. 송신영은 "LG에서 (임)찬규와 달리 창식이한테는 내가 먼저 말을 걸고 다가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부담 갖지 말고 멀리 내다 보라"는 것이다. 송신영은 "너는 1승 투수다. 팀은 네게 당장의 10승이 아니라 미래를 기대하는 것이다. 2승만 한다는 생각으로 하라"고 조언한다. 그렇다고 기만 죽이는 건 아니다. "너가 고등학교 때에는 찬규보다 훨씬 잘하지 않았냐. 그러니까 계약금 차이가 두 배 아니냐. 네가 찬규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기를 팍팍 불어넣어준다.
유창식은 "송신영 선배님께 많은 것을 배우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송신영은 "나는 찬규한테는 배운 게 있다. 창식이한테도 그렇게 이야기했다. 나는 왜 찬규 나이때 선배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배우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라는 후회도 했다. 창식이는 어리기 때문에 배움의 중요성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한대화 감독은 "송신영이 팀 전력에도 도움 되겠지만, 어린 투수들에게도 많이 가르쳐주길 바란다"고 했다. 송신영은 벌써부터 한화의 미래 유창식과 함께 하며 피와 살이 되는 특훈과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화에 박찬호 효과만 있는 게 아니다. '송신영 효과'도 분명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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