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감독이 계투 추격조로 나설 롱릴리프진을 두껍게 하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선발진을 두껍게 하는 데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 권토중래를 노리는 두산 베어스가 1년 전과 다른 접근법으로 투수진 보완에 중점을 두고 있다.
두산 선수단은 지난 19일 1차 전지훈련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시로 떠난 뒤 선수들의 몸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이 가운데 투수 출신인 김진욱 신임 감독은 김선우-더스틴 니퍼트를 뒷받침할 선발진을 풍족하게 하는 데 집중했다.
“계투로 뛴 시간이 많던 이용찬(23), 임태훈(25)은 물론 지난해 선발로 가능성을 비춘 김상현(32)과 김승회(31), 유망주인 홍상삼(22), 조승수(22), 서동환(26), 좌완 정대현(21) 등을 3~5선발감으로 경쟁시키고자 한다. 1~2년 간 마무리 보직을 외국인 투수에게 맡기는 대신 선발 요원을 키우고 싶다”.

꼭 1년 전 두산을 맡았던 김경문 현 NC 감독과는 다른 접근법이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해 초 일본 벳푸-미야자키 전지훈련을 치르면서 “선발이 일찍 무너져도 긴 이닝을 추격조로 활용할 수 있는 롱릴리프진을 두껍게 하고 싶다. 선발 투수에게 가능한 한 많은 이닝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경우는 이제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위에 언급된 선수 중 조승수와 김승회가 꼭 1년 전 김경문 감독이 언급한 롱릴리프진으로 점지되어 훈련했다.
2010년까지만 해도 김경문 감독 또한 국내 투수 중에서 선발을 키우고 싶어했다. 다만 그 범위가 한정되어 있었다. 지금은 교통사고로 인해 선수생활을 사실상 마감한 우완 김명제나 넥센으로 이적한 좌완 금민철(공익근무 중), 홍상삼 등이 선발감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한 시즌 10승 투수는 발굴하지 못했다. 기대했던 선수들 중 확실히 두각을 나타낸 투수들이 없자 김경문 감독은 2011년 선발 육성보다 롱릴리프진을 더욱 두껍게 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외국인 우완 라몬 라미레즈의 부진으로 인해 4선발로 지난해를 시작했던 좌완 이현승(상무)은 사실 불펜피칭 한 턴 당 최대 80구 정도로 롱릴리프진과 비슷하게 훈련했던 투수. 결국 경기 당 한계 투구수를 끌어올리지 못하는 바람에 이현승의 호투는 4월을 넘기지 못했고 설상가상 부상까지 겹치고 말았다.
지난해 두산이 어려운 와중에서 건진 수확 중 한 명인 우완 노경은은 김경문 감독 재임 동안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조승수는 팔꿈치 부상으로 조기 시즌 아웃되었고 변변한 출장 기회를 잡지 못하던 김승회는 시즌 중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제 실력을 보여줬다.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김경문 감독의 ‘두꺼운 롱릴리프진’ 책략은 실패하고 말았다.
단순하게 봤을 때 김진욱 감독의 책략은 투수진에 대한 접근법 회귀로도 볼 수 있으나 김경문 감독 재임 시절에 비해 지켜보는 선수의 범위가 넓다. 시즌 후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임태훈의 경우는 몸을 확실히 만들어 놓는 데 중점을 두었고 그가 예상대로 1군 전열에 합류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당초 계투 요원으로 생각했던 조승수와 정대현을 선발 후보로 격상시켰다. 제구력을 갖춘 유망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조승수는 현재 홍상삼과 상반된 성향을 인정받아 각축을 벌이고 있고 정대현도 공격적인 투구를 높이 평가받았다.
다만 김진욱 감독은 선발감으로 지목된 유망주들이 약한 마음을 갖지 않길 바랐다. “승리 투수 요건에 가까워지면 얼굴 표정이 달라지면서 빨리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싶어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라며 김진욱 감독은 선수들이 선발로 제 몫을 할 수 있는 마인드를 스스로 갖추길 기대했다. 투수 코치 시절 선수의 장점을 보고 기를 북돋워주려 노력하던 코치였으나 이제는 냉정함을 견지해야 하는 감독이 되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일이 그렇듯 시도보다 결과로 평가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년 전 전임 감독과 다른 방식으로 투수진을 바라보는 김진욱 감독의 전략은 과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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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감독-김경문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