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오선진, 그게 수염이냐".
한화 한대화 감독이 5년차 내야수 오선진(23)을 붙잡고 한마디했다. 오선진의 코 밑과 턱 주변에는 수염이 나있었다. 한 감독은 오선진의 수염을 가리켜 "완전 내시 수염이다. 야구부터 잘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감독의 입가에는 만족의 미소가 흘렀다. 오선진의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화 오선진이 터프가이로 변신했다. 2008년 성남고를 졸업하고 2차 4번 26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오선진은 안정된 수비력을 인정받아 첫 해부터 1군 백업 멤버로 뛰었다. 꽃사슴 같은 외모로 선배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팬들의 기대도 나날이 커졌다.

그러나 기대 만큼 성장폭이 없었다. 4년간 백업에서 발돋움하지 못했다. 언제나 팀의 막내 야수였지만 어느새 그 자리에는 다른 선수들이 차지하고 있다. 슈퍼루키로 주목받는 신인 하주석이 새롭게 들어왔고, 임익준 같은 비슷한 또래 선수들이 가세했다.
올해는 더 이상 예년 같지 않다. 확실한 존재감을 어필하지 않는다면 보장된 자리는 없다. 어느 때보다 이 악물고 독기를 품었다. 한대화 감독은 "뭔가 느끼는 게 있을 것이다. 그동안 피부로 느끼지 못한 것을 이제야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자극을 많이 받은 것이다.
오선진은 "이제 후배도 들어오고 경쟁자들이 많이 생겼다. 예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훈련하고 있다. 독기를 품고 있다"고 말했다. 수염을 기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대에게 조금 더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며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오선진은 "캠프 때까지 계속 수염을 기를 것"이라고 선언했다.
오선진은 이여상·임익준·하주석과 함께 후쿠하라 미네오 수비코치로부터 집중 펑고 훈련을 받고 있다. 악소리 나는 훈련이지만 "가장 안정돼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오선진은 "힘들지만 이 정도는 해야 발전이 있다. 올해 못하면, 군대 가는 각오로 하고 있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더 이상 한화의 꽃사슴은 없다. 터프가이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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