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만성' 최대성-이왕기의 엇갈린 겨울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1.28 08: 09

롯데 자이언츠가 하위권을 전전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던 2000년대 중반, 우완 최대성(27)과 사이드암 이왕기(26)는 롯데 마운드의 희망이었다.
'158km', 2007년 5월 10일 문학 SK 와이번스 전에서 최대성이 기록한 구속이다. 야구선수면 누구나 바라마지 않는 강속구를 갖고 있던 최대성은 2007년 41경기에 등판, 57⅓이닝 3승 2패 7홀드 평균자책점 2.67로 깜짝 활약을 펼쳤다. 젊은 강속구 투수의 출현에 롯데 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구대성과 같은 이름 때문에 '신 구대성'이라 칭송하기도 했다.
이왕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140km 중반의 묵직한 직구와 역동적인 투구폼이 인상적이었떤 이왕기는 신인이던 2005년 51경기 65이닝 5승 3패 6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4.02로 롯데 불펜의 마당쇠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기세를 이어 2006년에는 46경기 54⅓이닝 2패 2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3.48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렇지만 이들은 결국 '미완의 대기'로 남아 아쉬움을 남겼다. 수많은 강속구 투수들이 그렇듯 제구력 불안을 노출했던 최대성은 2008년 7월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1군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재활에 힘쏟으며 2009년 복귀를 노렸으나 결국 최대성은 그해 말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했다. 이왕기 역시 2007년엔 7경기 밖에 등판하지 못하며 2008년 군입대를 선택해야 했다.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았던 두 선수는 모두 군복무를 마치고 롯데에 복귀했다. 이왕기는 2010년 제대해 지난해 팀에 합류했고 최대성은 올 시즌부터 팀과 함께한다. 그렇지만 2012년 겨울, 둘의 처지는 다르다. 최대성은 곧바로 사이판 캠프에 합류해 1군 복귀를 목표로 구슬땀을 쏟고 있다. 반면 1년 앞서 복귀했던 이왕기는 결국 지난해 한 차례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하고 2군 경기에만 11번 등판하는데 그쳤다. 결국 이왕기는 이번 사이판 캠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롯데 양승호(52) 감독은 "군 제대 선수인 이상화, 최대성 등이 제 몫을 해 줘야 우승을 노려볼 수 있다"며 최대성에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주형광(36) 투수코치는 "볼 스피드가 150km를 넘나들었던 선수인 만큼 기대를 갖고 있다. 일단 현재 몸 상태는 좋아서 모든 훈련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 코치는 이번 스프링캠프를 통해 최대성의 약점을 최대한 보완할 예정이다. 그는 "최대성이 빠른 공에 비해 볼 끝이 밋밋하고 변화구에 약점을 보였다. 사이판과 일본 캠프를 거치며 지켜보고 잡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왕기는 상동 잔류군에 포함돼 가고시마 캠프 합류를 목표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주 코치는 이왕기에 대해 "군 제대 후 아직 예전 구위를 완벽하게 되찾지는 못했다. 팀 내에 정대현, 이재곤, 김성배, 신인 김성호 등 옆구리가 많이 늘어나 더욱 경쟁이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며 "중간 계투에 합류하면 팀에 도움이 될 선수다. 잘 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언제까지 '미완의 대기'로 남을 수는 없다. 최대성은 "강속구에 대한 욕심은 버렸다. 선발 진입이 목표"라고 말하며 힘찬 비상을 다짐했다. 지난해 복귀한 뒤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이왕기 역시 각오는 남다르다. 지난해 12월 18일 동갑내기인 박소정씨와 결혼해 가장이 되었기에 더욱 스파이크 끈을 조여매게 된다. '대기만성', 사이판과 김해 상동으로 엇갈린 둘 이지만 같은 목표를 위해 구슬땀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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