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라".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은 지난해 김병현과 전화 통화를 하며 "나는 한국으로 가고 싶은데 너도 잘 생각해보라"고 이야기했다. 김병현도 박찬호를 뒤따라 넥센에 입단하며 한국프로야구에서 데뷔하게 됐다. 박찬호와 김병현은 한국인 메이저리그를 상징하는 투수들이었다. 가장 성공한 선수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후 추신수를 제외하면 확실하게 성공한 한국인 선수가 없다.
박찬호·김병현 등 메이저리그 1세대들의 성공 이후 한국 야구계에는 미국 진출 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상당수 선수들이 그들만큼 활약하기는커녕 빅리그 문턱도 밟지 못하고 돌아왔다. 한국프로야구의 성장과 함께 미국 진출 바람도 시들해졌다. 하지만 박찬호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더 많은 선수들이 빅리그에 도전하기를 바랐다.

박찬호는 "유학파들이 해외에서 많은 공부를 하고 배우듯이 한국 야구도 좋은 선수들이 많이 해외로 나가야 한다. 그곳에서 배운 것들을 우리나라로 가져와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야구가 발전한다. 한국야구가 오랫동안 갇혀있었지만 내가 먼저 나간 후부터 메이저리그를 관심에 갖고 더 많이 알게 됐다. 능력되는 선수는 나가야 한다. 가서 야구의 글로벌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는 무려 17년간 미국 무대에서 활약하며 아시아 투수 최다승 124승을 거둔 빅리그의 산증이다. 그는 "메이저리그는 최고 선수들이 모여있는 꿈의 무대다. 거기서 뛰는 것만으로도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빅리그는 시장이 크고 체계가 잡혀있다. 선수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에 부와 명예가 따르는 꿈의 무대"라고 메이저리그라는 곳을 표현했다.
박찬호는 "나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많이 나갔으면 좋겠다. 잘하는 선수가 나간다고 국내 야구에 손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한다. 위의 선수들이 나가야 밑에서 빨리 자란다. 수준 있는 꿈나무들이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라며 "한국에만 갇혀있을게 아니라 메이저리그도 나가고 나중에 돌아와서 공유하면 그게 곧 글로벌 파워"라 말했다.

물론 무작정 도전만 하라는 건 절대 아니다. 박찬호는 "선수들이 계속 해외로 나가야 한다"면서도 "성공은 메이저리그 진출이 아니라 그곳에서 오랫동안 꾸준하게 활약하는 것이 진짜 성공이다. 철저하게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단순히 꿈을 쫓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기량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단순히 선수들의 도전의식만 필요한 건 아니다. 박찬호는 "지금이 좋은 기회다. 하지만 구단뿐만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에서 야구를 통해 즐거움·용기·힘을 주고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글로벌 파워를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프라와 교육·관리 시스템이 받쳐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인 1호 메이저리거' 박찬호의 도전 정신 역설이 야구 꿈나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의 말 한마디에 한국야구의 글로벌 파워가 얼마나 세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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