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미경 인턴기자] 최근 KBS 2TV ‘개그콘서트’를 제외한 지상파 개그프로그램들이 계속되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MBC ‘웃고 또 웃고’는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를 패러디한 ‘나는 하수다’를 선보이며 화제가 돼, 지난 13일 시청률이 6%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20일 방송에서 다시 2.6%로 떨어졌다. 시청률 6%대를 기록하고 있는 SBS ‘개그투나잇’ 역시 ‘웃찾사’ 시절 명예를 되찾기에는 만족스럽지 못한 수치다.
한편 이런 지상파 개그 방송들과는 달리 케이블 방송 tvN ‘코미디 빅리그(이하 코빅)’ 시즌2는 5라운드 만에 최고시청률 5.383%을 기록, 지난 시즌1에 이어 계속 승승장구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지상파도 아닌 케이블 방송 ‘코빅’이 잘 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끔 개그 프로그램들을 보다 보면 유행어 만들기에 혈안이 된 개그맨들을 볼 수 있다. 콩트의 흐름과 맞지 않는 상황에서도 마구잡이로 유행어를 끌어다 쓰는 경우도 있다. 물론 유행어에 익숙한 시청자들은 그를 따라 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새로운 유행어나 그에 익숙하지 못한 시청자들은 이질감을 느끼고 흥미를 잃을 수 있다.
반면 ‘코빅’은 유행어에 집착하는 개그맨들이 없다. 오직 유행어에 기대 안일한 개그를 구사하지 않고, 같은 콘셉트의 코너라도 매회 새로운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더해 신선함을 제공하려 한다. 리그전이라는 특수성이 영향을 끼치는 것도 있겠지만, 이런 그들의 모습은 ‘정말 노력하는구나’라는 느낌을 준다. 이런 진정성은 시청자들에게 더 강하게 어필된다.
또한 ‘코빅’은 다채로운 코너를 더 많이, 더 빨리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코빅’은 매주 순위를 정해 하위권에 머무르는 팀의 경우, 재탕이 금지돼 새로운 코너를 가지고 돌아와야 한다. 시즌2부터는 상비군제도 까지 도입해, 투표 결과 꼴찌를 기록한 팀은 한 주 방송을 쉬고, 상비군으로 내려간다. 그 내주에는 상비군 팀들 중 가장 준비가 잘된 팀을 무대에 올린다. 이런 과정 때문에 재미 없는 코너들은 금방금방 사라지고 내부적으로 검증된 알찬 코너들을 계속해서 만날 수 있다.
더불어 개그맨들은 총 10라운드, 15라운드로 이뤄진 짧은 방송 기간 동안 계속 살아남아야 한다. 그렇기에 파격적인 분장, 캐릭터 등 비장의 무기를 질질 끄는 것 없이 빨리 공개한다. 매회 ‘코빅’이 이슈가 되는 것 또한 이런 이유다.
특히 김석현PD는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시즌1에서 우승을 차지한 옹달샘 팀의 ‘기막힌 서커스’ 속 시부엉, 개빙닭은 ‘개그콘서트’에 등장했다면 그렇게 일찍 공개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시청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평가를 내리는 제도 역시 ‘코빅’의 인기에 한 몫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 참여하는 관객들뿐 아니라 안방 시청자들 역시, 방송 내내 어느 팀의 개그가 가장 재미있었는지 나름의 순위를 정할 수 있다. 이는 마지막 결과 발표까지 자연스럽게 긴장감을 유지하게 하고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겼으면’ 하는 팬심을 만들기도 한다.
한편 옹달샘 팀의 독주가 돋보였던 ‘코빅’ 시즌1에 비해, 시즌2에서 각 팀들은 더욱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총 15라운드 중, 딱 3분의 1인 5라운드까지 왔다. 아직 10라운드가 더 남아 있는 상황. 케이블 방송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지상파 개그프로그램들을 훌쩍 뛰어 넘어 엠넷 ‘슈퍼스타K’ 같이 케이블 예능계에 한 획을 긋는 주인공이 될지 그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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