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서 박종우가 미소짓는 이유, "팀이 우선이라"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2.01.27 16: 07

그라운드 위엔 11명의 선수밖에 존재할 수가 없다. 11명의 선수는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벤치의 선수들도 그에 못지 않게 힘이 든다.
선발 선수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몸을 풀어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 그라운드에 올라선다. 하지만 벤치 선수들은 언제 투입될지 알 수가 없다. 최상의 컨디션을 경기 내내 만들어 놓아야 하기 때문. 선수들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경쟁심도 생긴다. 자신도 충분히 선발로 제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다. 하지만 현위치는 벤치다. 어느 정도의 질투는 선수들간 경쟁의식을 끌어 올려 기량 발전으로 이어지지만 지나치면 없느니만 못하다. 이는 프로팀은 물론 국가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지난 26일 새벽 카타르 도하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다음달 6일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위해서 현지 적응에 들어간 것. 그런데 재밌는 점은 이번 원정 명단에 미드필더만 무려 10명이나 된다는 사실. 반면 공격수는 단 김동섭과 김현성 단 2명이다.
미드필더에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물론 중앙 미드필더 자원인 박종우(23, 부산 아이파크)도 마찬가지. 올림픽팀의 많은 선수들이 20세 이하(U-20) 월드컵 때부터 한솥밥을 먹어온 반면 박종우는 지난해에서야 올림픽팀에 합류했다. 그만큼 홍명보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박종우는 K리그에서도 뒤늦게 뜬 케이스다. 2010년 부산에서 프로로 데뷔했지만, 크게 기회를 잡지 못하고 벤치 멤버 이상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2011년에는 달랐다. 부산이 안익수 감독 체제로 들어선 뒤 성실한 자세로 훈련에 최선을 다하며 눈도장을 받아 주전으로 입지를 굳힌 것. 이에 안익수 감독이 지난 시즌 중반 박종우를 올림픽팀에 적극 추천했고 결국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하지만 경쟁자들이 화려하다. 홍명보 감독이 20세 이하 팀부터 지도했던 김민우(사간 도스)부터 A대표팀의 윤빛가람(성남 일화), 중원 미드필더도 곧잘 소화하는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등이 버티고 있는 것. 게다가 박종우의 포지션이 수비지향적인 미드필더다 보니 눈에 확연히 들어오는 활약을 펼치기가 힘들다.
그러나 정작 박종우 본인은 주전과 비주전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는 "경쟁 구도가 있다. 하지만 우리의 1순위 목표는 언제나 승리다. 이번에도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승리를 거둘 것이다"며 "개인적 목표는 물론 출전이다. 하지만 언제나 팀 목표가 우선이다"고 덧붙였다.
박종우는 언제든지 출전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주역이 아니라 희생을 하는 역할로서 말이다. 소속팀 안익수 부산 감독도 올림픽팀으로 떠나는 제자에게 "경기 조율을 하고 항상 중심이 되라"고 조언을 건넸다. 빛나지는 않더라도 팀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궂은 일을 하는 살림꾼이 되라는 것.
박종우는 "아직 런던 올림픽까지 많이 남았다. 아직 최종 엔트리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게다가 기성용(셀틱)과 구자철(볼프스부르크) 등의 합류 여부도 남아 있다"면서 "하지만 자신은 있다. 기회만 있다면 언제든지 보여주겠다"며 올림픽팀 최종 명단에까지 이름을 올리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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