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투수 출신 감독의 선수 교육법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2.01.28 11: 10

'차라리 내가 던지는 게 낫겠다'.
'명투수 출신의 프로야구 감독은 마운드 위에서 고전하고 있는 투수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하고 한 번쯤 생각해본 야구팬들이 많을 것이다. 화려한 성적을 올렸던 감독들은 지금 웬만한 투수들이 눈에 찰 것 같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투수 출신 감독들의 대답은 단연코 'NO'다. 통산 통산 146승 40패 평균자책점 1.20을 기록한 KIA 타이거즈의 선동렬(49) 감독은 "자신이 예전에 던지던 것만큼을 선수에게 요구하는 감독은 무능한 감독이라고 생각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선 감독은 "모든 선수들은 각자 장점이 있다. 내 폼은 내 체격에 맞는 것이다. 만약 윤석민한테 내 폼으로 던지라고 한다면 지금만큼 잘 던지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각 선수들에게는 각자의 장점과 단점이 있는 것이고 그 장점들을 살려주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100승을 달성한 김시진(54)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렸다. 김 감독은 "선수들을 내 눈높이에서 보면 나도 스트레스를 받지만 내게 혼나는 선수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감독이라면 나 자신을 버리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서툰 선수들을 바라보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 김 감독은 "사실 선수들이 던지는 것을 보면 답답할 때도 있다. 그렇다고 내가 나서면 선수들은 뭐가 되나. 내가 힘들더라도 참고 지켜봐줘야 한다"고 말했다.
두 감독의 설명이 달라보이지만 결국은 자신을 버리고 선수들에게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같은 답이다.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던 스타 출신 감독들과 새파란 선수들. 이들의 동거는 자신을 잊고 바라봐주는 스승과  그 감독 밑에서 그들의 장점을 보고 깨우치는 제자들의 노력이 있기에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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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애리조나)=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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