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박찬호(39)는 후배들과 어느 때보 재미있게 어울리고 있다. 한 선수는 "미국에서 하지 못한 한국 말을 지금 모두 쏟아내는 것 같다"고 표현할 정도로 선수단과 끊임없이 말하고 이야기하고 대화한다.
박찬호는 어린 후배들과 거리낌없이 어울리고 있다. 야구뿐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주제로 말한다. 메이저리그와 일본에서 겪은 자신의 경험담을 전해주기도 하지만 궁금증이 있으면 이것저것 다 묻는다. 그래서 그의 별명 '찹(Chop)'을 업그레이드 한 '찹 퀘스쳔(Question)'이라는 애칭도 새로 나왔다.
박찬호는 룸메이트로 한방을 쓰고 공주중고등학교 18년 후배 안승민을 옆에 끼고 다닌다. 본인 인터뷰 때에도 안승민을 데려 나올 정도로 아낀다. 박찬호는 "승민이가 귀여운 것은 아니다. 얼굴을 보라"고 짖궂은 농담을 하면서도 "고등학교 후배라 더 정이 가는 것도 있다"고 인정했다.

특히 그의 머리와 수염 그리고 눈썹까지 다듬어 줄 정도로 하나 하나 아끼고 있다. 안승민은 "박찬호 선배님이 밤에 막 괴롭히기도 한다"며 실토하는가하면 "머리를 다듬어주셨는데 2012년식이 아닌 1998년식이다. 찬호 선배님이 LA 다저스에서 던질 때처럼 하지 말아주세요"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박찬호는 안승민뿐만 아니라 임기영과 최우석처럼 이제 막 출발하는 신인 선수들과도 잘 어울린다. 가령 그들이 안승민을 찾기 위해 박찬호의 방을 찾았을 때 잡아 놓고 "찹이라고 불러봐"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하늘 같은 대선배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어린 선수들의 모습들이 주위의 웃음을 유발한다. 최우석은 안승민과 있다 박찬호에게 뒷머리를 잘리며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마치 군대에서 왕고참이 이제 막 들어온 귀여운 이등병을 데리고 다니는 모습이 딱 그려진다. 그동안 수평적인 미국생활에 젖어있던 박찬호는 "고교 시절 이후 선수들과 숙·식을 함께 하는 생활은 처음이다. 후배들이 정말 편하게 챙겨 줘 고맙다"면서도 "한국프로야구는 마치 학생야구의 연속인 듯하다. 관리와 보호 속에서 방침, 지시, 전례에만 따를게 아니라 선수 각자가 프로로서 갖춰야 할 의식들을 알아서 깨우쳐야 한다"는 일침도 놓았다.
평소 허물없이 후배들과 장난을 치면서도 필요할 때는 할 말을 하는 고참. 그게 바로 군대가 잘 돌아가는 원천이다. 한화에서도 '왕고참' 박찬호가 그런 식으로 후배들과 잘 어울리며 팀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한화가 기대하는 '박찬호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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