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강도는 점점 높아진다. 그러나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한화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애리조나 투산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의 분위기가 그렇다.
박찬호는 "웃을 때 잘 뭉쳐진다. 웃음이라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통해 하나가 될수 있다"며 유머와 개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내가 하는 개그가 썰렁해 그런지 후배들이 날 왕따시키는 것 같다"며 푸념했다. 그의 룸메이트 안승민은 "박찬호 선배님은 개그 프로그램을 많이 본다. 숙소에서도 개그 프로그램 유행어를 말할 정도로 개그 욕심이 많으신 편"이라고 귀띔했다.
박찬호를 중심으로 한화 선수단의 개그 욕심은 끊이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개그맨'은 역시 김태균이다. 당초 군기반장을 선언한 그였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최고 연봉자답지 않은 친근함으로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개그콘서트의 어설픈 서울말 따라하기 말투로 후배들의 웃음 폭탄을 유도한다. 그와 한 방 쓰는 이여상이 "개그 욕심을 너무 부린다"고 말하자 김태균은 다짜고짜 "참 못났다"는 밑도 끝도 없는 막무가내 개그를 펼치기도 한다.

이대수도 개그의 화제가 됐다. 지난해 생애 첫 골든글러브 수상 이후 소감 때 이대수가 쏟아냈던 감동의 눈물을 신경현과 한상훈이 꺼이꺼이 우는 '울보' 모습으로 재현한 것이다. 이대수가 어쩔 줄 몰라했지만 결국 패자는 신경현·한상훈이었다. 그들은 "나도 한 번 엉엉 울어보고 싶다"라며 골든글러브 수상에 대한 부러움을 나타냈다.
새 외국인투수 브라이언 배스도 빼놓을 수 없다. 배스는 이름이 외래어종 물고기 '배스'와 같다. 그래서 동료들은 일찌감치 배스를 '물고기', '외래어' 등의 별명으로 부르고 있다. 배스가 좋은 모습 보이면 "잘 한다, 물고기!"라는 말이 들려온다. 배스도 빠르게 팀에 녹아들어 벌써부터 한대화 감독을 "야왕님"이라고 또박또박 부른다.
개그와 유머하면 역시 '야왕' 한대화 감독이 최고봉이다. 지난 26일 점심 휴식 후 느티나무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던 한 감독은 박찬호의 별명 '찹(Chop)'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농담으로 "찹인지 삽인지 걔는 어디있냐"고 정민철 투수코치에게 물었다. 이에 정 코치는 "아 그 공주고 나와서 영어 좀 하는 애요?"라는 답으로 주위를 빵 터뜨렸다.
재미 들린 한 감독은 뒤이어 나오는 송신영에게도 "찹인지 삽인지 걔는 어디있냐"고 했다. 상황을 눈치 챘는지 송신영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특유의 심각한 표정으로 "케찹이요?"라고 답해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한 감독도 폭소를 터뜨렸다.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훈련 강도 속에서도 한화가 웃음을 잃지 않는 이유. 팀을 하나로 뭉치는 개그와 유머가 있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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