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새해 극장가의 대세는 황정민이다. 코미디 수작 '댄싱퀸'에서 전천후 톱스타 엄정화와 호흡을 맞춘 그는 설연휴 박스오피스를 관통하며 새해 첫 한국영화 100만 관객 돌파의 영예를 차지했다. 연기파 명품배우로 손꼽히는 황정민에게 이번 '댄싱퀸'의 흥행은 각별하다. 무슨 이유일까.
황정민은 다작을 하는 배우다. "배우는 연기를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이미지 관리나 여러 조건을 따져서 출연하고 안하는 '잔머리'를 굴리지 못한다. '작품이 좋으면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최근 2년새 4편의 영화를 찍었다. 우정출연 '평양성'까지 포함하면 5편이다. 2010년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을 시작으로 '부당거래', 2011년 '모비딕' 그리고 올해 '댄싱퀸'이다. 하나같이 그의 연기가 빛을 발했고 극찬을 들었다. 캐릭터와 장르, 모두 완전히 다른 영화들에서 '천의 얼굴'뿐 아니라 '천의 심장'을 가진 황정민 표 명품 연기는 활활 타올랐다.

하지만 영화 흥행은 하늘도 모르고 땅도 모른다. 쏟아진 호평과 달리 지난 2년 출연작 4편은 흥행면에서 기대에 못미쳤다. 특히 '모비딕'은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 '불운의 명작'으로 뽑힐 정도였고 '부당거래' 속 황정민의 이중적 삶을 사는 경찰 연기는 온갖 영화제의 주목을 받았다.
"그래도 안된 건 안된 겁니다." '댄싱퀸' 개봉을 앞두고 지난 해를 결산하는 황정민의 얼굴은 웃고 있지만 씁쓸했다. 출연료 받고나면 출연작의 흥행은 나몰라라 하는 일부 톱스타 행태와 또 다르다. 그는 자신의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수 십개 인터뷰와 각종 TV 예능프로 출연을 사양하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최근 출연작들이 흥행면에서 썩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사실이 어깨에 부담으로 남았을 게 당연하다.
그러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댄싱퀸'이 터졌다. '댄싱퀸'의 힘은 탄탄한 스토리-스피드한 연출과 더불어 주연을 맡은 황정민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에 힘입은 바 크다. 지난해 '모비딕'에서 어두운 사회 비리에 맞서는 사회부 기자 역으로 평단의 찬사를 휩쓸었던 그가 올해초 이번에는 관객의 배꼽을 쥐락펴락하는 '황정민표 코믹 연기'로 흥해몰이에 나선 것이다.
'황정민표 코미디'는 황정민의 연기 영역이 얼마나 넓은 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천사같은 착한 남자('너는 내운명' '그저 바라만보다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서 뼛속까지 나쁜 피로 가득 찼거나 야누스식 이중적인 악역('달콤한 인생' '부당거래'), 사극('구르믈', '평양성')에서 현대물, 바람둥이 차도남('행복' '바람난 가족')에서 순정파 시골사람('너는 내운명')까지 그의 연기 영역에는 제한이 없고 캐릭터 고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댄싱퀸'은 어릴 적 꿈이었던 댄스가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 정화(엄정화 분)가 서울시장후보에 출마한 남편 정민(황정민 분) 몰래 이중생활을 벌이는 코믹한 내용을 담은 스토리. 연기파 배우 황정민이 모처럼 코믹 캐릭터를 맡아 열연을 펼치면서 영화의 레벨을 한 단계 이상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영화 속 황정민은 자기 이름 그대로 순박하지만 인생을 열심히 사는 고대 법대 출신의 민권 변호사로 등장, 세상의 온갖 비리와 차별, 그리고 선입견을 뚫고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는 과정을 TV 코미디 프로보다 더 웃기는 모습으로 연기했다.
충무로에서 사투리 연기에 가장 능수능란한 연기자로 손꼽히는 그는 이번 ‘댄싱퀸’에서도 명품 배우의 맛깔진 대사 소화가 관객의 영화 몰입도를 얼마나 크게 높일수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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