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현진이보다 낫다".
'칭찬 전문가'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가 2년차 좌완 투수 유창식(20)의 불펜피칭을 보고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에이스 류현진도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룸메이트' 송신영은 아예 "창식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유창식의 공 하나 하나에 격하게 반응했다. '유창식 기살리기'에 나선 것일까.
아니다. 유창식의 불펜피칭 때 직접 타석에서 배트를 들고 공을 체감한 한용덕 투수코치는 "확실히 작년과는 공이 다르다. 지난해 부상과 재활로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훈련량이 많아진 덕분인지 공이 많이 좋아졌다"고 증언했다. 유창식의 공은 확실히 포수 미트를 힘차게 파고들었다.

투수코치 출신인 이상군 운영팀장은 "고교시절 유창식은 압도적인 투수였다. 마치 중학생들을 상대하는 듯했다. 그 때 직구의 구위가 참 좋았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나 지난해 프로 입단 후 거둔 성적표는 1승3패1홀드 평균자책점 6.69. 고교 졸업반 시절 청소년대표팀 포함 22경기에서 108⅓이닝을 소화한 뒤 어깨에 염증이 생겼다. 겨우내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지난해 가을 나가사키 마무리훈련 때부터 운동량을 확 늘렸다. 작은 발목 부상이 있었지만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지난해 이맘때 사이판에서 어깨에 난 염증을 재활할 때와는 페이스 자체가 달라졌다. 한화 투수진 전체가 어느 때보다 많은 러닝·웨이트 훈련을 소화하며 유창식의 몸도 가벼워졌다.
한화 잠수함 투수 정민혁은 "올해 유창식이 정말 잘 할 것 같다. 작년과는 몸 자체가 달라 보인다. 작년에는 뭔가 굼뜨고 무디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은 아주 가벼워 보인다. 옆에서 지켜보면 예사롭지 않다. 볼 스피드도 많이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좌완과 잠수함으로 유형은 다르지만 중간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할 수도 있는 정민혁이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정말 좋다"고 말했다.
유창식 스스로도 조금씩 느끼는 게 있다. 그는 "작년에는 재활을 하느라 훈련을 제대로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훈련을 정말 많이 하고 있다. 러닝과 웨이트를 집중적으로 하느라 몸에 군살이 많이 빠졌다. 민혁이형 말대로 몸이 가벼워지다 보니 내가 생각하는 구위도 조금씩 나타나는 듯하다"며 자신감을 엿보이기 시작했다.
'17년 선배' 룸메이트 송신영의 존재도 유창식에게는 더없이 든든하다. 유창식은 "송신영 선배님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내가 갖고 있는 걸 보여주라고 하신다. 커브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는데 정말 열심히 가르쳐주셔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송신영은 "창식이는 야구감각이 있는 선수다. 후배가 가르쳐 달라는데 뭔들 못하겠나"라고 했다.
송신영은 유창식에게 "네가 임찬규보다 잘할 수 있다"고 용기와 격려를 불어넣는다. 하지만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한다. 송신영은 "어차피 창식이는 지난해 1승 투수다. 우리팀은 창식이에게 당장 10승을 원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기대하는 것 아닌가. 올해는 2승만 한다는 생각으로 하면 잘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창식은 "잘할 것 같다가 아니라 잘해야 한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2년차가 된 유창식. 지난해와는 준비 과정과 주변 환경이 확실하게 달라졌다. 선수는 '준비와 환경'에 의해 바뀌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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