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사이판 캠프, '병살과의 작별' 선언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1.28 14: 14

병살타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일단 병살타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방망이 중심에 잘 맞은 타구가 나와야만 한다. 빗맞아 타구의 속도가 느리면 그만큼 병살로 연결시키기 어렵다. 그 타구가 야수를 조금만 비껴간다면 적시 안타가 되는 거지만 운이 없어서 야수 정면으로 가면 여지없이 병살타로 이어진다.
롯데는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병살로 골머리를 앓았다. 작년 롯데는 124개의 병살타를 기록, 8개구단 가운데 1위에 올랐다. 또한 중심타자였던 이대호-홍성흔은 나란히 22개씩 병살을 양산하며 이부문 공동 1위에 올랐고 바로 뒤의 강민호는 18개로 공동 3위에 자리했다. 개인 병살부문 타이틀을 롯데의 중심 3인방이 모두 휩쓴 것이다.
물론 롯데는 수많은 병살타에도 불구하고 화끈한 방망이를 뽐냈다. 팀 타율(.288), 출루율(.358), OPS(.781), 홈런(111개), 경기당 평균 득점(5.4점) 등 거의 대부분의 공격 지표에서 선두에 올랐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도 된다'라는 말 처럼 병살을 많이 친다고 해도 결국 점수만 내면 된다고 생각 할수도 있다. 그렇지만 병살의 후유증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병살의 심각성이 극명하게 드러난 장면이 바로 지난해 플레이오프다.

한 번 병살타가 나온다면 팀의 사기는 떨어진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나온다면 그 충격파는 더 오래 지속된다. 롯데는 지난해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병살타의 악몽을 제대로 겪었다. 5차전까지 가는 와중에 나온 병살만 5개. 특히 플레이오프 1차전 9회말 병살과 5차전 1,2회 병살은 승부의 향방을 가른 장면이었다.
제리 로이스터 전임 감독시절 롯데 타자들에 뿌리내린 'No fear' 정신은 현재 롯데를 대표하는 팀컬러인 화끈한 타격을 낳았지만 병살 양산이라는 부작용도 있었다. 주자가 있어도 적극적인 스윙으로 제 타격을 하면 아무래도 병살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서 롯데와 상대하는 구단들은 병살을 유도하는 수비 포메이션으로 재미를 많이 봤다.
작년까지는 병살을 치더라도 타석에서 그 이상의 생산력을 보여준 이대호가 있었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이제 롯데에는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 좀 더 세밀한 야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이판 캠프에서 선수단 훈련 관리를 총괄하고 있는 권두조 수석코치는 "베이스러닝, 상황에 맞는 주루플레이 등을 중점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한 이닝에 안타 3개 치고도 점수를 못 내는 경우가 롯데에는 종종 있었는데 올 시즌은 한 베이스 더 가는 베이스러닝에 주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코치는 또한 "상황에 맞는 스윙으로 병살을 줄여야 한다"는 주문도 곁들였다. 그는 "작년까지 우리 타자들은 스윙들이 컸다. 자기들이 해결 하려는 스윙때문에 병살도 많이 나왔다"면서 "이제는 상황에 맞는 배팅, 진루를 시킬 수 있는 배팅이 필요하다. 마침 바뀐 타격코치(박정태)도 팀배팅에 대한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짧게 칠 때는 짧게 가고 노릴때는 크게 스윙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권 코치는 "롯데 타자들의 치는 능력은 이대호가 빠졌어도 8개 구단 가운데 최고다. 팀배팅을 잘 하고 투수 쪽에서 빠진 선수들의 공백을 메워준다면 올해도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고 자신했다. 병살과의 작별을 선언한 롯데, 전지훈련에서 받은 '특별 과외'가 정규시즌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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