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감수'한 이제동, "OME 경기 였다. 예능으로 봐달라"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2.01.28 16: 10

"너무 부끄러웠다. 데뷔 이후 가장 최고(?)의 경기였다. 예능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승리를 거둔 셈이라 애써 여유를 찾았지만 경기 내내 답답했던 심정을 털어놨다. 현존 최강의 저그 '폭군' 이제동(22)이 십념감수를 했다. 자칫하면 팀 패배는 물론이고 자신의 정신세계까지 붕괴될 뻔 했다.
이제동은 28일 서울 용산 온게임넷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 열린 프로리그 웅진과 경기서 2-2로 맞선 5세트에 출전해 경기 내내 잇단 실수로 이미지가 구겨질 뻔했지만 막판 극적으로 실수한 원인을 찾아내며 간신히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자신도 시즌 3연패에서 탈출.

유리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이제동은 일꾼으로 병력이 올라가는 길목을 막아버리는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자칫 주력싸움에서 병력 부족으로 패배를 자초할 수 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 다행스럽게 경기 상황이 유리했고, 가까스로 원인을 찾아내며 경기를 승리로 매조지었지만 엎질러진 실수를 묻혀지기에는 너무 컸다.
경기 후 이제동은 "너무 부끄러웠다. OME 경기였다. 평점을 매길 수 없는 가치가 없는 경기다. 프로리그에 어울리지 않는 경기였다. 경기를 하는 내내 부끄러웠다. 나중에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아마 선수하면서 이런 경우가 처음이다. 이겨서 다행이지 졌다면 용산을 폭파시켰을 지도 모른다"고 운을 뗀 뒤 "내가 스스로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유즈맵을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였는데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 연습 상황대로 경기를 풀지 않아 너무 답답했지만 이겨서 정말 다행"이라고 승리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경기는 이겼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건 마이너스 경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라고 할 수 있다. 오늘 경기는 예능으로 한 경기였다로 너그럽게 보아주셨으면 한다. 다행스럽게 상대가 긴장을  많이 했는지 움직임이 없었다. 나름대로는 e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을 만들었지 않나 싶다. 그만큼 의미가 있지 않나 한다. e스포츠에 예능적인 부분을 가미하지 않았나 한다"라고 넉살 좋게 웃었다.
자칫 팀 패배로 이어질 뻔 했던 위기를 극복하고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까지 오른 것에 대해 이제동은 "다음번에는 팬들의 눈을 정화시킬 수 있는 경기를 보여드리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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