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좌완 풍년이다.
지금처럼 롯데에 좌완이 많았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좌완 에이스 장원준(27)이 군입대로 빠졌지만 롯데는 그보다 많은 좌완이 추가됐다.
지난해 12월 롯데는 자유계약선수로 이승호(31)를 영입하며 좌완 보강을 시작했다. 이어 좌완선발을 물색하던 롯데는 이번달 초 쉐인 유먼(33)과 계약을 마쳤다. 여기에 지난해 안정적인 활약으로 롯데 허리를 책임졌던 강영식(31)과 이명우(30)도 건재한데다 기대주 김유신(26)과 최혁권(27)까지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합류했다.

장원준 한 명이 나간 대신 네 명의 좌완이 추가됐다. 숫자로만 따진다면 '좌완 왕국'을 건설했던 SK와도 비교할 수 있다. 믿을 만한 좌완이 단 한명도 없는 팀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롯데는 큰 걱정을 덜었다고 볼 수도 있다.
과연 좌완 숫자가 늘어난 만큼 왼쪽 전력도 함께 늘었을까. 절대적인 수는 늘었지만 단 한 명 빠진 빈 자리가 너무 크다. 지난해 장원준의 성적은 29경기 등판 180⅔이닝 15승 6패 평균자책점 3.14으로 국내 좌완 가운데 가장 뛰어났다. 추가전력이 지난해 장원준만큼 성적을 올려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장원준은 최근 3년동안 40승을 쌓아 송승준과 함께 팀 내 공동 1위였다. 무엇보다 장원준의 진가는 건강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많은 이닝을 책임져 준데 있다. 지난해 에이스로 떠오르기 전부터 장원준은 롯데에서 알아주는 '이닝이터'였다. 최근 3년간 장원준은 448⅔이닝을 소화해 송승준(3년 504이닝)에 이어 팀 내 두 번째에 자리했다. 결국 좌완 추가전력들은 장원준의 승수에다가 많은 이닝까지 함께 나눠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

롯데 주형광(36) 투수코치는 "확실히 좌완 투수는 많이 들어왔다. 그렇지만 장원준의 공백이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렇지만 올 시즌 팀 좌완투수들에 대한 기대는 감추지 않았다. 주 코치는 "일단 외국인투수는 와 봐야 아는 것이다. 그러므로 판단을 유보하더라도 (이)승호는 정말 좋은 투수다. 감독님이 운용을 결정하시겠지만 선발이나 중간 모두 소화 가능하고 경험까지 풍부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선수 뿐만 아니라 롯데의 1군 투수코치인 주형광(36)과 불펜코치 가득염(43) 모두 현역시절 좌완이었다. 주 코치는 이에 대해 "아무래도 좌완출신 코치가 좌완투수 지도하는 데 유리한 점은 있다. 밸런스나 공을 놓는 요령 등 이야기 해 줄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주 코치는 "(강)영식이나 (이)명우도 믿음직스럽다. 영식이는 꾸준히 능력을 보여줬고 명우도 지난해 안정적이었다. 중간에서 제 역할을 해 줄것"이라고 기대했다. 강영식은 지난해 64경기 16홀드 평균자책점 3.51로 제 몫을 다 했고 이명우는 주로 좌완 원포인트로 등판, 37경기 3홀드 평균자책점 3.63을 올려 1군에 자리를 굳혔다. 양승호(53) 감독 역시 "강영식과 이명우를 포함해 4명은 올 시즌 확실한 불펜"이라고 못 박았다.
여기에 기대주 좌완 두 명도 군제대로 전력에 돌아왔다. 김유신은 사이판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돼 가능성을 점검받고 있다. 주 코치는 "유신이는 공백기가 느껴지고 사실 군입대 전에도 1군 주요전력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몸 상태는 좋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1차 전지훈련에 합류하지는 못했지만 최혁권은 좌완 사이드암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만약 성공한다면 두산 김창훈에 이어 두 번째다.
끝으로 주 코치는 "원준이가 나갔지만 승호가 들어왔으니 일단 작년과는 비슷해 보인다. 승호나 영식이, 명우는 워낙 잘 했던 선수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왼쪽은 큰 고민이 없을 것 같다"고 밝혔따. 결국 키는 이승호와 유먼이 쥐고 있다. 롯데가 장원준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추가 전력과 두 좌완출신 코치의 지도 아래 올 시즌 진정한 '왼손 풍년'을 일궈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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