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아이유가 일본 진출 쇼케이스를 가졌다.
쇼케이스를 찾은 일본의 한류 팬들은 색다르고 신선했을 것이다. 장소는 클래식/오페라 전용 공연장인 시부야의 오차드홀, 그리고 쇼케이스 시작은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의 악기 튜닝 소리로 시작됐다. 화려한 조명과 의상, 격렬하고 칼처럼 떨어지는 안무, 관객을 흥분시키는 전자음…일반적인 한류 가수들의 공연에서 만날 수 있는, 전형적인 시각/청각적 이미지들은 이날 접할 수 없었다.
아이유가 검은색 의상을 입고 홀로 37인조 오케스트라 앞에 서면서 쇼케이스가 진행됐다. 아이유는 6곡을 불렀는데 일본 데뷔 싱글로 예정된 ‘좋은 날’의 일본어 버전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혼자 무대를 이끌어 갔다. 대개 어떤 공연이든 첫 곡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흥겨운 곡으로 시작하는데 아이유는 다소 무거운 발라드곡 ‘미아’를 선보였다.

이날 아이유는 때로는, 빼어난 연주 실력을 보여준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춰서, 때로는 홀로 기타를 치면서 진지하게 ‘노래’만 불렀다. 이런 형태의 공연은 오직 ‘음악’에만 관객이 집중하게 만드는 의도가 깔려 있다. 쇼케이스가 끝난 후 일본 언론에는 역시 한국에서처럼 ‘3단 고음’이나 기타치는 아이유가 화제가 됐지만 이번 쇼케이스의 본질은 ‘듣는 음악’으로 어필하는 아이유였다.
이날 쇼케이스는 일본 한류 팬들에게 신선한 감흥을 전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최근 한국 주류 가수의 일본 활동은 거의 유사한 특성을 갖고 있었다. 강렬한 비트, 힘있는 안무, 외모나 의상 등 비주얼 측면의 강조 등이 한류를 규정지었다. 이로 인해 한류 가수들이 많은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류가 비주얼 댄스 음악으로 지나치게 한정되는 단점도 부각됐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유의 일본 진출은 한국의 한 인기 가수의 일본 진출 이상의 의미가 존재한다. 아이유는 주류 인기 가수 중 가요의 다른 면모를 보여주면서 한류의 지평을 좀더 넓힐 수 있는 드문 가수이기 때문이다. 일본 진출 파트너인 EMI재팬은 아이유를 일본에서 한류 스타보다는 아티스트로 인식되도록 활동 방향을 잡고 있다.
‘오케스트라 쇼케이스’에서도 확인됐지만 차후 프로모션을 위한 방송 활동도 예능 보다는 음악 방송 위주로 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차트 1등만 보고 달리기 보다는 음악성에 대한 인정과 대중의 사랑을 동시에 얻는 방향으로 갈 예정이다.
아이유는 한국에서도 비슷한 연배의 다른 가수들과 다소 다른 길을 걸어왔다. 대중성에만 매몰되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적 개성을 가진 ‘음악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고민을 발표하는 음악에 담아왔다. ‘좋은 날’이 메가 히트한 후에는 윤상의 ‘나만 몰랐던 이야기’나 ‘잔혹 동화’처럼, 철저하게 대중적인 코드에서는 다소 비켜난 음악을 들고 나왔다.
이번 정규 앨범에서는 90년대 웰메이드 감성 발라드 뮤지션들의 곡으로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좀더 명확히 했다. 이제 아이유는 한국에서 걸어온 방식과 사실상 똑같이 일본에서도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음반 판매량과 함께 대중음악 전문지들의 평가 여부에도 관심이 가고, 한류 가수에 대한 일본팬들의 취향이 다양해지는 모습이 기대되는 아이유의 일본 진출이 시작됐다.
[최영균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