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투수들이 달밤에 쉐도우피칭 하는 이유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2.01.29 15: 46

"사실 투수는 야간 훈련할 필요가 없는데…".
넥센 히어로즈 스프링캠프가 진행중인 미국 애리조나 서프라이즈 '텍사스 레인저스 볼파크'. 넥센은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매일 빼놓지 않고 야간 훈련을 실시한다.
야수조는 실내 배팅 케이지에서 배팅 훈련을 하거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소화한다. 투수조는 8시까지 마땅한 장소가 없어 볼파크 주차장에서 공 대신 수건으로 피칭을 연습하는 쉐도우 피칭을 하고 있다.

투수조는 1시간만 야간 훈련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넥센 관계자는 "투수는 야간 훈련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야수조만 밤에 훈련을 하면 분위기가 흐트러질까봐 투수들이 저녁 시간부터 야간 훈련까지 시간이 애매함에도 자진해서 남아 같이 훈련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수조와 야수조는 시즌 중 다른 스케줄로 운영된다. 스프링캠프에서도 아침 스트레칭을 제외하면 마주칠 일이 별로 없다. 다른 팀 캠프의 경우 점심 시간조차 겹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넥센은 점심, 저녁 시간이 모두 같다. 그리고 같은 장소는 아니지만 서로가 보이는 곳에서 사이좋게 야간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투수 김상수(24)는 "투수들은 원래 밤에는 할 게 따로 없어 그냥 개인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연습한다. 그런데 타자들만 나가서 연습하면 좀 그러니까 투수들도 같이 연습한다"고 말했다. 위 관계자는 "우리 팀은 투타 할 것 없이 서로 배려하는 분위기다. 분위기가 좋은 것이 우리의 강점이라면 강점"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넥센의 분위기는 예전 현대 유니콘스 때부터의 전통. 넥센 주장 강병식(35)은 "현대 때부터 항상 선배들이 편하게 해주고 후배들은 선배들을 잘 따랐다. 자유롭게 운동하면서도 서로를 배려하고 선후배 간에 사이가 좋은 것이 우리 팀 특징"라고 말한 바 있다.
김시진(54) 넥센 감독은 28일(한국시간) 김병현이 팀에 합류한 뒤 "(김)병현이도 적응 잘 할 것이다. 우리 팀은 분위기가 항상 좋다. 분위기가 좋으니 이제 팀 성적만 좋으면 된다. 올 시즌은 코치진부터 스태프, 선수들 모두 일 한 번 내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시즌에 대한 각오를 나타냈다.
지난 시즌부터 넥센은 박병호(26), 심수창(31)을 트레이드로 데려온 데 이어 이택근(32), 김병현(33)을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그러나 넥센의 진짜 힘은 선수 영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새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배려 의식'이 넥센의 올 시즌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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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애리조나)=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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