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선발, 중간 그런 거 가릴 때가 아니죠".
넥센 히어로즈 투수 김수경(33)을 현대 때부터 지켜봐온 팬이라면 "나이가 저렇게 젊어?"라며 놀랄 수도 있다.
79년생인 김수경은 1998년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12승4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2.76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2000년에는 18승8패로 공동 다승왕에 오르기도 했다. 화려한 전성기를 일찍 맞은 김수경은 2004년 11승8패를 거둔 뒤 부상에 시달리며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지난해 역시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한 김수경은 절치부심 끝에 6월 패전조로 올라온 뒤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했다. 그리고 그는 9월 28일 문학 SK전에서 승리하며 2009년 대전 한화전 이후 745일 만에 승리를 가져갔다.
김시진(54) 감독은 당시 "이제 김수경이 느려진 스피드로 타자를 상대하면서도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며 그를 칭찬했다. 넥센의 베테랑 김수경은 그렇게 다시 마운드로 돌아왔다.
그러나 올 시즌 선발 경쟁이 더 만만치 않다. 지난해와 달리 외국인 선수 두 명이 모두 선발 투수로 채워졌고 심수창(31)이 들어왔으며 강윤구(22)가 부상에서 회복됐다. 문성현(21)은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크호스 '핵잠수함' 김병현(33)도 있다. 아직 우려가 있는 선수들이기는 하지만 빈틈이 크지 않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김수경은 "예전이라면 선발이라는 생각을 했겠지만 후배들이 잘 하고 있다. 이제는 선발, 중간을 가리지 않는다. 내가 던질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좋다"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김수경은 이제 투수조에서 이정훈(35)에 이어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고참이다. 그러나 카리스마보다는 부드러운 모습으로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김수경은 새로 팀에 입단한 김병현에게도 "후배들과 장난도 치고 농담도 하면서 편하게 지내다 보면 금방 친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대의 황태자였지만 부상의 늪을 지나 다시 선발로서 경쟁해야 하는 김수경. 그는 올 시즌을 위해 지난 겨울을 반납한 채 마무리 훈련까지 다녀왔다. '절치부심' 담금질에 들어간 그가 지난해의 감동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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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애리조나)=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