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모범이 되던 주장. 그러나 싫은 소리를 잘 못하는 성격이라 속으로 마음고생을 했고 결국 이제는 부담을 벗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출발한다. 두산 베어스 주전 유격수 손시헌(32)이 3년 만의 골든글러브 탈환을 위해 뛴다.
손시헌은 지난 시즌 늑골 골절 등 여파로 인해 92경기 2할8푼2리 4홈런 28타점에 그치고 말았다. 비율 스탯인 타율은 나쁘지 않았으나 결장이 잦았다는 점에서 점수를 얻지 못했고 결국 500만원 삭감안(2억200만원-1억97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게다가 지난 2년 간 손시헌은 주장 완장을 차고 선수단을 이끄는 입장이었다. 맏형이 아니었으나 팀이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중추가 되는 선수가 힘을 내뿜어야 한다는 김경문 전임 감독의 생각. 웬만해서 발끈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손시헌의 착한 성격도 주장으로서 적임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선수 본인이 부담을 느끼고 말았다. 구단과 코칭스태프-선수들의 가교가 되어야하는 입장에서 먼저 나서 싫은 소리를 하는 스타일이 아닌 손시헌의 책임감은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팀 성적마저 3위-5위로 점차 하락하며 손시헌에게 큰 부담이 되고 말았다.
2009년 2할8푼9리 11홈런 59타점 10실책의 성적으로 황금 장갑 주인공이 되었던 손시헌은 지난 2년 간 강정호(넥센)와 이대수(한화)에게 골든글러브를 내줬다. ‘국민 유격수’ 박진만(SK)의 가장 강력한 대체자로 손꼽히던 손시헌 입장에서는 자존심도 상하는 일. 특히 이대수는 절친한 후배지만 2009년 두산 시절 손시헌의 상무 제대로 인해 백업으로 밀려난 뒤 한화로 트레이드되어 전성기를 맞았다. 내색은 안 해도 커다란 자극이 아닐 수 없다.
“부상 없이 풀타임으로 출장하는 것이 1차 목표다. 그리고 2010년 최고 기록인 62타점을 넘어 70타점 이상을 기록하고 싶다”. 2009년과 2010년은 손시헌이 몸쪽 코스와 바깥쪽 코스에 따라 타격 메커니즘을 달리한 인 앤 아웃 타격으로 재미를 봤던 시기다. 2년 연속 3할 유격수들이 황금장갑을 가져간 만큼 수비는 기본으로 하며 타격으로 위력을 떨친다는 각오다.
“나도 사실 신임 주장으로 (임)재철이형을 추천한 사람이다. 누구보다 존경하고 따르는 선배인 만큼 새 주장 재철 선배를 적극적으로 돕겠다”. 선수단의 조력자로 한 발 물러선 대신 그의 방망이는 좀 더 일찍 예열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