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천후로 한다는 생각으로 하라".
포지션은 내야수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포수 미트·장비도 함께 챙긴다. NC의 '멀티플레이어' 김영복(27)을 두고 하는 말이다. 김경문 감독은 애리조나 투산 스프링캠프 첫 날부터 김영복에게 "미트를 준비하라"고 주문했고 이튿날부터 김영복은 포수조 훈련에 합류했다. 김 감독은 "전천후로 한다는 생각으로 하라"고 했다.
사실 포수 미트를 끼는 건 김영복에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일이다. 그는 포수 출신이다. 서울고 출신으로 200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4번 전체 31순위로 삼성에 지명될 때 그의 포지션이 바로 포수였다. 데뷔 후 3년간 진갑용-이정식의 뒤를 잇는 삼성의 제3포수로 활약했다. 우승반지도 2개나 갖고 있다.

그러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허리 부상으로 2007년 한 경기도 뛰지 못했고 군입대마저 좌절되며 삼성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아야 했다. 1군 통산 성적 34경기 타율 1할6푼7리 1홈런 4타점. 하지만 김영복과 야구의 인연은 끊이지 않았다. 허리 재활을 마친 2009년 8월부터 제주 탐라대에서 야수코치로 지난해 9월까지 2년 넘게 몸담았다.
그러다 NC에서 트라이아웃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는 "운동을 쉬었지만 나이도 있고 부상도 나았기 때문에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1차 합격 이후 욕심이 생겼고, 그 때부터 더욱 열심히 매달렸다"고 했다. 그렇게 당당히 NC 트라이아웃을 통과했고, 김영복은 5년 만에 프로 선수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김영복은 "예전엔 멋도 모른 채 덤비고 욕심부터 부렸지만 이제는 변했다. 2년간 코치하면서 깨달은 게 많다. 운동하는 법과 몸 관리부터 야구보는 눈이 넓어졌다"며 2년간의 코치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음을 밝혔다. 탐라대 시절 제자였던 내야수 오세직은 이제 그에게 "코치님"이 아니라 "형"이라고 부른다. 위치가 달라진 만큼 선수로서 미리 움직여 자리를 만들고 입지를 다져야 한다.
김영복은 "감독님께서 지시한 만큼 포수 준비도 열심히 할 것이다. 원래 포수인 만큼 개인적으로는 좋다. 내야든 포수든 언제든 뛸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며 "어려울때 도와주신 주위 형들이 다시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줬다. 그 분들을 위해서라도 꼭 성공하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김영복의 재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는 NC 유일의 프로 우승 2회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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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