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구장 주인 서울시는 ‘왕서방(?)’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2.01.31 07: 42

한마디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는 말이 딱맞는다. 지난 연말 잠실야구장을 홈구장으로 공동활용하고 있는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잠실구장 운영본부’는 잠실구장 주인격인 서울시와 구장 사용 위수탁료 재계약을 체결했다. 올 시즌 포함 2년간 매년 25억5800만원을 서울시에 임대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지난 해보다 무려 85%씩이나 오른 액수이다. 작년까지는 13억8600만원이었다. 지난 해에 비해 거의 2배 오른 금액에다 롯데 자이언츠가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부산 사직구장 위탁료(연간 4억4100만원)에 비하면 무려 5배 가량 비싸다.
여기에 구장 광고수익은 별도로 계약하고 있는 서울시는 올해에는 공개입찰을 통해 작년보다 3배 가량 비싼 72억2000만원에 한 광고대행업체와 계약했다. 작년까지는 24억4500만원이었으나 올 시즌 프로야구 흥행을 예상하고 대폭 오른 금액을 써낸 광고대행업체가 나왔다.

이로써 서울시는 지난 해 구장 임대료와 광고수익을 합친 38억3100만원에서 올해는 97억7800만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두산과 LG로부터 받는 임대료를 2배, 광고료는 3배 가량 올려받으면서 서울시 수입이 대폭 뛰어오른 것이다.
잠실구장을 무대로 관중들에게 경기와 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야구단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로서는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른 곳보다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는 것도 억울한 일인데 구장 광고권은 서울시가 갖고 있어 광고수입을 독식하는 것에 어이없어 하고 있다. 그야말로 재주는 곰(LG, 두산)이 부리고 돈은 서울시가 챙기는 식입니다.
게다가 두산과 LG 구단은 구장 주요 위치에는 그룹 계열사들의 광고를 유치해야 체면이 서기 때문에 이 점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자칫 잠실구장 펜스 등에 다른 기업들의 광고가 대거 붙을 경우 LG와 두산 구단의 홈구장이라는 인식이 흐려지는 것은 물론 그룹 광고효과에도 악영향이 미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슈퍼갑’인 서울시는 프로야구 흥행 열기를 적극 활용, 잠실구장 임대료와 광고료로 톡톡히 수익을 챙기는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야구계에서는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의 이런 야구장 관리 인식을 이제는 바꿔야할 시점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야구계 인사들은 “잠실구장은 연간 200만명 이상의 서울시민들이 찾는 여가선용의 장이다. 서울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이다. 이처럼 야구장의 진정한 주인인 서울시민들이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는 무대이다. 이제는 서울시가 야구장이 단순히 수익시설이 아닌 시민쉼터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로야구 신생팀 NC 다이노스를 유치한 경남 창원시를 비롯해 구장신축을 갖고 있는 광주, 대구 등지에서는 신축구장을 장기 임대해주는 방향으로 정해지고 있다. 25년간 장기사용 임대계약을 체결, 연간 1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중인 야구단이 입장료와 광고수입 등으로 야구단 홀로서기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또 야구장을 신축하는 지자체들은 구장 명칭권까지 구단들에게 우선권을 제공할 예정으로 이제까지 지역명이 붙던 구장명칭이 미국이나 일본처럼 기업체 명칭이 붙는 식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크다. 지방 도시들은 야구장이 단순한 경기장이 아닌 지역민들의 문화쉼터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민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무대라는 인식이다. 지자체는 구단 명칭권 수익으로 야구장 신축내지는 임대료 추가수입으로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방 자치단체들의 이런 경향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잠실구장 수익올리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서울시는 수익금 중 일부를 시설 개보수에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수익의 일부는 재주부린 두산과 LG 구단도 혜택을 볼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연구해볼 시점이다. 서울시는 조례 때문에 안된다는 입장이나 이를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이미 구장 전체를 장기임대해줄 수 있는 법은 마련돼 있는 상황이다.
야구장에 대한 서울시의 인식전환이 요구된다.
/청능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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