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작이다.
일본으로 건너간 오릭스 이대호(31)가 31일 스프링캠프지 미야코지마로 입성했다. 2월1일 시작으로 2월17일까지 미야코지마 시민구장에서 몸을 단련하고 18일부터는 사실상 실전훈련에 나선다. 그는 지난 29일 오사카에 입성할 때 "불안한 마음은 없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이대호는 오릭스 보강의 핵심이다. 그래서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을 비롯한 오릭스의 기대감이 대단히 크다. 오카다 감독은 입만 열면 이대호의 활약을 이야기 했다. "이대호는 1년 내내 4번타자를 쳐야한다", "이승엽보다 잘할 것 같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저반발 공인구, 이른바 날지 않는 공을 상대로 20~30개의 홈런을 터트려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오카다 감독은 "이미 한국공도 일본공과 비슷하다. 한국에서 홈런왕을 했기 때문에 일본의 저반발 공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고 공언하고 있을 정도이다.
실제로 오릭스는 올해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주변 환경이 좋다. 퍼시픽리그의 맹주 소프트뱅크가 와다 쓰요시(볼티모어), 스기우치 다다시, 데니스 홀튼(이상 요미우리) 등 주력 투수 3명이 팀을 떠났다. 뿐만 아니라 주전 유격수이자 톱타자 가와사키 무네노리도 메이저리그로 건너갔다. 니혼햄의 간판투수 다르빗슈 류도 텍사스에 입단했다. 오릭스를 가로막았던 소프트뱅크와 니혼햄의 전력 공백이 두드러져 내심 우승을 노리고 있다.
오카다 감독은 이대호가 좌완 거포 T-오카다와 짝을 이루어 중심타선에서 활약만 해준다면 우승도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 그러나 이대호는 4번타자로 퍼시픽리그의 5개 팀, 더불어 인터리그 상대자인 센트럴리그 6개팀의 표적이 되고 있다. 상대팀들 전력분석원들은 스프링캠프부터 이대호 분석에 나설 전망이다.
이대호는 아주 생소한 일본투수들의 견제를 이겨야 한다. 일본의 1군 투수들은 10개 중 7~8개를 자신이 원하는 곳에 던진다고 한다. 변화구 구사능력도 뛰어나다. 이종범(주니치)과 이병규(주니치), 이승엽(지바 롯데-요미우리-오릭스)이 겪었던 일본 투수들은 대단히 까다로웠다.
더욱이 동료들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일본은 같은 동양이지만 문화는 한국과 완전히 다르다. 용병에 불과하기 때문에 성적을 내놓지 못한다면 쉽게 무시당하는 곳이다. 김태균은 지바 롯데에서 적응하지 못했고 스스로 팀을 떠났다. 7억 엔을 받은 고액 연봉자에 대한 동료들의 시선도 이겨내야 한다.
과욕은 금물이다. 오카다 감독은 캠프 초반부터 잘하려다 오바페이스를 걱정하고 있다. 더욱이 과체중으로 인한 부상 우려도 숨기지 않고 있다. 때문에 2월18일부터 예정된 실전 투입도 몸상태를 보면서 여유있게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대호는 숱한 견제를 뚫고 팀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 희망과 숙제를 안고 이대호의 육중한 발걸음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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