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하면 그 배우지!'라고 단번에 이름이 나오게 하는 연기자가 있다. 왕 전문배우, 실장 전문배우란 말이 있다면 형사 전문배우는 단연 아직까지 송강호다.
단 한편을 통해서다.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내 생애) 최고의 영화'로 꼽히는 한국영화 '살인의 추억'(2003)은 송강호에게 충무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배우 중 한 명이란 평을 얻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수한 사투리를 쓰며 무모하리만큼 촌스럽게, 하지만 확신있게 직감을 믿던 시골 형사 박두만이 아리송한 용의자였던 박해일에게 하던 "밥은 먹고 다니냐?"란 말은 행간을 읽어야 하는 메시지를 지닌 것 처럼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대사다.
송강호는 '한 영화 전문사이트에서 진행된 '형사 캐릭터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75%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1위를 차지할 만큼, 한국영화사에 '공공의 적' 강철중과 더불어 형사 캐릭터에서는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다. 송강호가 연기했던 박두만 형사는 아직까지도 영화팬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그렇기에 그가 다시 '형사'로 돌아온 다는 사실은 기대감을 갖게 하기 충분하다.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가 범인을 잡기 위해 집요하게 수사를 펼치는 거친 시골 형사 캐릭터를 선보였다면 2월 16일 개봉을 앞둔 영화 '하울링'에서는 실적 때문에 늑대개 연쇄살인 사건에 목숨을 거는 만년 형사 상길로 분해 인간적인 페이소스를 물씬 풍기는 캐릭터를 보여준다.
상길은 가정에서도 치이고, 직장에서도 치이는 생계형 형사다. '살인의 추억'의 박두만이 아내의 묵묵한 내조 속에 일에 몰두하는 형사였다면 '하울링'의 그는 승진,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오늘날 보통 남성들의 현실적인 고충을 그려낸다. 흔히 그의 장점으로 꼽히는 무슨 역을 맡아도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가 캐릭터에 생생함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송강호에게 박두만 이후 연기하게 된 새로운 형사 캐릭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는 "사실 남자배우들에게 형사와 조폭 캐릭터가 많이 들어오는 건 사실"이라면서 "물론 일부러 그런 작품들을 일부러 안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다 보니까 8년 됐다. 일부러 형사를 안하겠다고 해서 지금까지 온 것은 아니고 '하울링'처럼 매력적인 작품을 못 만났던 것 같다"고 전했다.
또 그는 이번 형사는 '살인의 추억'의 박두만과 다른 지점이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박두만 형사는 전면에 나서는 그 영화의 얼굴이라고 하면 이번 작품에서의 조상길은 왠지 측은하고 연민이 가는 인간적인 면모가 많이 부각되는 캐릭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형사도 깊이가 있어진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형사도 그 시대상을 보여주듯 '살인의 추억'에서 맹목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박두만은 '하울링'에서 형사와 가장으로서 현실적인 고충을 겪는 상길로 변했다. 아무리 세월이 변하더라도 박두만 형사가 잊혀지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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