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이제는 떠나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반지의 제왕' 안정환(36)이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며 팬들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전했다. 안정환은 31일 오전 10시30분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안정환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강호 이탈리아와 16강전에서 극적인 헤딩 골든골을 터뜨려 전 국민적인 영웅으로 부상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도 토고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1-1로 팽팽하던 후반 27분에 감각적인 중거리 슛으로 골을 터뜨려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1998년 부산 대우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안정환은 1999년 최우수선수(MVP) 수상 이후 2000년에 이탈리아 세리에A 페루자에 진출해 커리어를 쌓았다.
이후 일본 J리그 시미즈 S펄스, 요코하마 마리노스, FC 메스(프랑스), 뒤스부르크(독일) 등에서 뛰었고 2007년 K리그로 돌아와 수원 삼성, 부산 아이파크의 유니폼을 입기도 했다. 그리고 2009년 다롄 스더(중국)로 이적해 축구 인생에 마지막을 보냈다. 반지에 키스를 하는 골 세리머니로 '반지의 제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부인 이혜원 씨와 슬하에 1남1녀를 뒀다.
안정환은 "오늘이 축구선수 안정환이라고 부르는 마지막 시간이다. 14년간의 축구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게 됐다"면서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많은데 준비한 인사로 대신하겠다"고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인사말 시작과 함께 눈물을 흘리던 그는 "1998년 프로에 데뷔해 지금까지 굉장히 열심히 뛰었다"라고 말한 뒤 "일본, 프랑스, 독일 등 다양한 축구를 경험하면서 성공이라면 성공이라 할 수 있고 실패라면 실패라 할 수 있는 경험을 했다. 또 선수로 월드컵 무대를 3차례나 밟은 것은 더욱 기쁜 일이었다"고 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에 대해서 안정환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랑을 받게 된 계기였다"며 "K리그로 다시 돌아와 뛰고 싶었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다.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다려 주셨던 신태용 성남 일화 감독님께 감사 드린다. 그리고 나를 그동안 계속 가르쳐 주셨던 감독님들께도 인사하고 싶다. (이)동국이를 비롯해 1998년 함께 했던 선수들이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진정되는 듯 보였던 안정환은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또 울컥했다. 그는 "항상 내 옆을 지켜준 아내와 격려를 해주신 팬들에게 죽을 때까지 감사 표현을 하고 싶다"고 거듭 인사를 전했다.

두 차례나 눈물을 흘린 그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조절이 안 됐다. 14년동안 했던 선수생활이 스쳐갔다. 좋았던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기쁨의 눈물이다. 또 아쉬움이 정말 많이 남는다. 마음은 2002년 시절인데 몸은 2012년이다. 개인적으로 운동하면서 '더 할 수 있지만 좋은 모습을 계속 보여야 한다'는 부담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아쉬움 때문에 더 눈물이 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 축구에 기여하고 싶다는 안정환은 "당분간 쉬고 싶다. 나만을 위해 아내와 가족이 희생했다. 이제 아내의 일을 돕고 싶다. 내가 예전부터 생각한 것중 하나인 유소년 축구도 준비할 것이다. 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기초가 중요하기에 밑에서부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대답했다.
불우한 학창 시절을 이겨내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안정환은 "어려웠던 일들이 강한 마음을 가지게 했다. 편하게 운동을 했다면 지금처럼 되지 못했을 것이다"라면서 "당시에는 어려웠지만 '안정환'이라는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였다"고 말했다.
안정환은 "축구를 더 하고 싶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고민을 한 결과 팬들이 좋은 모습으로 기억할 때 떠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14년 동안 너무 힘들었기에 이제는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가족들이 힘들어 하는 부분도 있었다"고 은퇴의 변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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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