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사람들이 모르게 기부하거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람이 많다. 기부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분들에게 오히려 죄송했다”.
전지훈련 출발 전날인 지난 18일 모교 고려대에 1억5000만원을 기부하며 어려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랐던 김선우(35. 두산 베어스)가 프로야구 선수의 사회 환원 활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김선우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시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전지훈련에 힘을 쏟고 있다. 하프피칭에 돌입한 젊은 투수들과 달리 김선우는 몸 상태를 최적화하는 데 힘쓰고 때로는 후배들의 피칭을 지켜보며 기를 북돋워주는 역할에도 참여한다. 김선우는 지난 시즌 16승 7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하며 ‘투수 4관왕’ 윤석민(KIA), ‘광속 사이드암’ 박현준(LG) 등과 함께 국내 우완 선발 자존심을 지켰다.

“몸 상태는 괜찮다. 그러나 훈련 페이스를 급하게 끌어올리면 다시 이상이 올까봐 지금은 철저하고 조심스럽게 페이스를 올리는 중”이라고 밝힌 김선우. 김선우의 억대 기부는 물론 최근 두산의 외국인 투수 스콧 프록터(35)는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어린이 환우들을 돕는 차원에서 기금 마련을 위한 자선 행사를 플로리다에서 5년 째 개최 중이다. 프록터가 두산에 입단하면서 좋은 취지의 행사가 국내에도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김선우는 모교 기부 당시 사실이 보도로 알려진 데 대해 난감해 했다. 메이저리그 진출 시절인 1997년 3억원 기부까지 합쳐 고려대에 총 4억5000만원을 기부한 사실 또한 학교 측의 보도자료로 함께 알려졌다. 프록터의 미담 뿐만 아니라 성적 여부와 관계 없이 입단 첫해 계약 금액을 모두 기부한 박찬호(한화), 매년 연말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봉사활동에 나서는 박용택(LG) 등 타 팀 선수들의 선행 및 기부도 지난해 세밑을 훈훈하게 했던 만큼 아직도 어색한 표정을 짓는 김선우에게 사회 환원과 관련해 물어보았다.
“이야기가 안 나왔으면 했었는데. 사실 주위를 둘러보면 뒤에서 세간에 알려지지 않게 불우이웃을 꾸준히 돕는 분들이 계시지 않는가. 보도가 나오면서 그런 일을 알리지 않고 묵묵히 남을 돕는 사람들에게 죄송스러웠다”.
김선우는 자신의 기부금이 어려운 야구 유망주들을 위한 야구 장학금으로 쓰이길 바랐다.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유망주들이 꿈을 잃지 않고 좋은 방향으로 나가길 바란다”는 이야기였다. 김선우의 장학금은 ‘릴레이 장학금’이라는 고려대의 전통적인 장학제도로 대학 재학 시절 김선우 또한 이 장학제도의 수혜자였다.
“프로 선수는 팬의 사랑을 받고 그로 인해 스타 플레이어가 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사회 환원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다른 사람들도 그에 대한 생각은 하지만 행동하는 데는 쉽게 손길이 옮겨지지 않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이제 스타트를 끊었으니 다음에는 사회 환원 행사를 좀 더 쉽고 뿌듯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누가 얼마를 사회에 환원했는지 사실 여부가 얼마나 알려졌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의를 베푼 이의 마음이고 또 그 마음이 다른 이에게도 전해지는 것이다. 쑥스럽게 소감을 밝힌 김선우의 이야기에서 그가 한국 프로 무대 입성 만 4년 만에 얼마나 심적 여유를 찾았는지, 그리고 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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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