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적게 써도 흥행 잘되는데? '영화계 딜레마'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1.31 17: 10

'블록버스터의 처참한 흥행 성적 VS 돈 적게 쓴 영화 흥행 성공', '돈 적게 써도 잘되니 적게 써라? VS 잘 만든 대작 성공해야 한국영화계 발전' 
블록버스터에 나름의 '색안경' 우려를 안겨준 지난 해 한국영화계다. 지난 해 야심차게 선보였던 '고지전', '퀵', '7광구', '마이웨이' 등 거대 자본을 투자한 영화들이 작품적으로는 호평을 받았을지언정, 흥행 면에서는 제 값을 하지 못했다. 이는 '흥행은 완전히 예측할 수 없다'라는 분위기로 이어졌고, '7광구'와 '마이웨이'가 언론의 입에 오르내리며 블록버스터, 대작의 몰락이란 말로 표현되기도 했다.  
대작의 흥행 실패는 확실히 영화 투자사들의 위축으로 이어진 분위기다.  2012년 크랭크업하는 한 블록버스터 영화 관계자는 "130억원대의 제작비가 들어가는데, 100억원대 초반으로 찍으라고 하더라. 확실히 투자 심리가 위축된 모습이다"라고 귀띔했다. 영진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영화는 2006년 이후 가장 좋은 수익률을 보이며 전반적인 성장을 거뒀음에도 '큰 영화'들의 실패는 시창 위축이라는 상흔을 남겼다.

지난 해는 이런 현상의 긍정적인 작용으로 작은 영화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물론 배급은 그것과는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할 수 있지만 영화 '부러진 화살'이 흥행에 탄력을 받아 2주차에 상영관수를 크게 늘린 것은 흥행의 '시장논리'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이처럼 큰 영화만 영화인 것은 아니고, 적은 자본으로도 충분히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정말 '쓸 돈'이 필요한 영화들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면 전체적으로 한국영화시장 자체가 질적으로 발전하지 못한다는 우려다.
이제 '잘 만든 영화', '좋은 이야기'는 영화의 기본이 됐다. 아무리 돈을 많이 써도 이야기가 탄탄하지 않으면 흥행은 물 건너간다. 투자자들 역시 투자의 대상을 선택할 때 관객의 입맛에 부응할 수 있는 이야기의 힘을 더욱 여실히 느끼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고 무조건 흥행을 할 것 같은 작품을 양산하는 것도 자체적으로 지양되고 있다. 올해 극장에 영화를 선보이는 한 제작사 대표는 "흥행이 잘 될 것 같다고 예상하기도 이제는 어렵지만, 트렌드를 쫓아 흥행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작품들만 모두 만들어내면 한국 영화계가 뭐가 되겠는가. 그렇기에 '부러진 화살'이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다행히 영화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많은 영화인들이 많아 다양성의 문제에 있어서는 앞으로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다시 '돈'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면, 정작 쓸 돈은 쓸 만큼 받아야 한다는 시각도 크다.  한 제작 관계자는 "무작정 돈을 적게 쓴 영화가 잘 되는 추세라고 투자를 안 해주면, 정말 비주얼이나 스케일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영화가 부실하게 될 위험도 크다. 30억원이 들어갈 영화라면 50억원을 쓰는 게 말이 안되지만 200억원이 드는 영화를 50억원에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다. 적절한 투자가 진행되야 한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올해는 10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한국영화들로 '타워', '도둑들' '비상 : 태양 가까이' 등이 선보인다. 외화 블록버스터의 라인업도 막강한 올해, 이들의 성적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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