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션 변경 시행착오' 롯데, 올해는 NO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2.02 08: 38

2011년 시즌을 앞두고 롯데 자이언츠호의 수장으로 선임된 양승호(53) 감독은 공격력 극대를 위해 포지션 대이동이라는 실험을 감행했다.
주로 3루수로 출전했던 이대호를 1루수로 옮기는 대신 그 자리를 2010년 19홈런을 날리며 가능성을 입증한 외야수 전준우로 채웠다. 그리고 중견수 자리에는 스프링캠프에서 넓은 수비범위와 정확한 타격으로 양 감독의 눈을 사로잡은 이승화가 들어갔다. 또한 넥센에서는 3루수를 봤었던 황재균을 유격수로 출전시켜 공격력 극대화를 꾀했다. 여기에 양 감독은 이대호, 강민호 등의 수비부담을 덜어주고자 홍성흔에게 좌익수 수비를 연습하게 했다. 선수 기용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그렇지만 롯데의 포지션 연쇄이동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주전 외야수로 생각했던 손아섭이 시즌 초 부상으로 이탈하자 전략 자체에 문제가 생겼다. 홍성흔은 주전 좌익수로 나와 실책을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여러차례 실책성 플레이를 범했다. 그에 따른 스트레스로 홍성흔은 체중이 감량하며 타격 감각까지 잃었다.

또한 야심차게 주전 중견수 자리에 들어간 이승화는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리며 '공격력 극대화'라는 양 감독의 목표 자체가 어그러지고 말았다. 손발이 맞지 않던 롯데는 시즌 초 하위권을 면치 못했고 결국 양 감독은 실책을 인정하고 포지션을 제자리로 돌려놨다. 익숙치 않던 3루 수비에 대한 부담으로 주춤했던 전준우를 다시 중견수에 보냈고, 3루수는 황재균이 돌아왔다. 손아섭과 김주찬이 부상에서 돌아오며 그제야 롯데 외야는 안정을 찾았고 내야 역시 고요해졌다.
롯데는 지난해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올해는 수비 포지션에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양 감독은 31일 OSEN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작년과 같은 포지션 변화는 예정돼 있지 않다. 지난해 제 자리를 찾은 만큼 주전 선수의 부상이 없다면 큰 변화 없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감독의 구상 대로라면 이대호가 일본에 진출하며 자리가 빈 1루를 제외하고 롯데는 지난해와 같은 전형으로 나선다. 수비 포지션 변경을 하는 선수가 있다면 주전 1루수로 낙점된 박종윤의 뒤를 받칠 조성환 정도다. 양 감독은 "다른 포지션까지 준비하는 선수가 있다면 백업 외야수 가운데 황성용, 이승화 등이 레프트와 라이트를 모두 연습하는 정도다. 여기에 내야 백업 후보들이 2루와 3루를 모두 볼 수 있도록 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변수는 남아있다. 시즌 개막 전까지 부상자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고 뛰어난 기량을 선보여 주전으로 도약할 선수가 있을수도 있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롯데는 지난해와 비교해 큰 변동은 없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사상 첫 정규시즌 2위라는 성과를 남긴 수비 포지션이니 굳이 건드릴 필요가 없다는 게 양 감독의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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