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하나만 보지 말자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핵잠수함' 김병현(33, 넥센 히어로즈)에게 박혀있던 풍운아 이미지에 대해 그가 입을 열었다.
2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31일(한국시간) 첫 훈련을 마친 김병현은 한결 편안해보였다.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주 웃었고 취재진에게도 살갑게 대화를 건넸다.

그동안 김병현이 쌓아왔던 이미지는 어디에서 온 걸까.
그는 이날 훈련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지금까지는 혼자 운동을 해왔다면 여기에서는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하고 있고 또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지켜보고 계시기 때문에 편하고 재미있게 운동하고 있다. 운동할 때는 힘들지만 쉴 때는 재미있게 지낸다"고 최근 애리조나 캠프에서의 근황을 전했다.
김병현은 "예전에는 자아가 강했다. 하나를 생각하면 다른 생각을 못 했다. 전에는 아픈 친구들, 못하는 친구들을 보면 '왜 못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나도 그렇게 아파보고 못해보니까 이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9살 어린 나이에 혼자 미국에 진출한 것도 그가 강해져야 했던 이유 중 하나다. 그는 "가족들도 오지 못하게 했다. 2년째까지는 내 공이 나도 마음에 들었고 다들 잘 한다고 해줬다. 하지만 3년째 이후 내 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상의할 사람도 없어 혼자 깨달아야 했다"고 힘든 메이저리거 시절을 털어놨다.
야구밖에 모른채 홀로 갇혀 있던 '외골수' 김병현을 바꿔놓은 것은 아내와 새로 태어난 아기다. '꼬봉이'라는 애칭을 붙인 딸 민주를 보면서 김병현은 세상에 새로운 눈을 떴다.
그는 "딸과 아직 대화가 안 된다. 아기가 혼자 이것저것 먹기도 하고 다 꺼내보면서 다닌다. 아기를 보면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하고 생각한다. 예전까지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다면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김병현은 "최근 3년 동안 놀면서 야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건가 생각하게 됐다. 전쟁이 나면 필요할지, 축구팬에게는 필요한 건지 생각하다 보니 '야구 하나만 보지 말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며 심경의 변화를 밝혔다.
이제 팀을 만난 김병현은 "느리고 계획 없이 하는 것은 성격과 맞지 않는다.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차근차근 몸을 만들어서 국내 팬들 앞에서 공을 던지고 싶다"며 설레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개막전에 서고 싶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때까지 있을 고비들을 잘 넘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21살 어린 나이에 미국에서 홀로 싸워야 했던 김병현. 그는 야구에 대한 강박관념 속에서 스스로를 채찍질해왔다. 김병현이 올 시즌 모국에서 마음 편히 제 실력을 펼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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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애리조나)=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