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이 없을 수는 없겠지요. 아버지께서는 항상 ‘열심히 겸손하게 배우는 자세로 임하라’라고 하십니다”.
지난해 30주년을 맞은 프로야구. 그만큼 2세 야구선수들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내-외야와 포수까지 두루 맡을 수 있는 실력파 신인은 ‘박철우의 아들’이 아닌 대졸 신인 중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올 시즌 두산 베어스에 5라운드로 입단한 박세혁(23)이 주인공이다.
신일고-고려대를 거쳐 2012시즌 신인으로 입단한 스위치타자 포수 박세혁은 고교 시절부터 정확성과 장타력을 겸비한 포수 유망주로 알려졌다. 2008년 드래프트서 LG에 2차 7순위 지명을 받았으나 고려대 진학을 택한 박세혁은 지난해 8월 신인 지명서 두산의 선택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은 포수는 물론 3루, 우익수도 겸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신인으로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된 3명의 신인 중 한 명인 박세혁은 막내급 포수로서 분주하게 마스크를 쓰고 훈련에 여념이 없다.
1일 전지훈련장인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만난 박세혁은 “지명을 받고 프로에서 뛴다는 자체가 기쁘다. 그러나 아직 부족한 점도 많고 경험도 없어서 많이 보고 배우는 중이다”라고 겸손하게 이야기했다. 지난해 12월 자율 훈련 기간에는 스스로 웨이트트레이닝에 매진하며 몸을 만들었다.
“마무리훈련을 다녀온 뒤 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학 시절에는 그만큼 많이는 안 했는데 자율 훈련 기간 동안은 친구 형님의 도움을 받아 웨이트 트레이닝 훈련량을 높였습니다”.
4년 전 LG 입단 대신 대학 진학을 택한 데 대해 묻자 박세혁은 “그 때는 전체적으로 프로에 가기는 기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아버지께서도 대학에 진학해 더욱 기량을 연마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고 나 또한 대학에서 기량을 업그레이드 시키겠다는 생각으로 고려대에 갔다”라고 답했다. 박세혁의 아버지는 해태-쌍방울서 활약하며 1989년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중장거리형 좌타자로 명성을 떨친 박철우 전 고려대 감독이다. 2세 야구 선수로서 겪는 부담감이 있었는지 질문하자 박세혁은 이렇게 답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선수 생활을 한다는 사실이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은 사실이에요. 부담이 없을 수는 없는 일이지요. 아버지께서는 항상 제게 ‘열심히 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배우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야구 선배이기도 한 아버지는 아들이 성실한 선수로서 ’박철우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스스로 떼길 바랐다.
다양한 포지션을 맡을 수 있다는 점은 어떻게 보면 양날의 검이다. 확실한 포지션이 없다는 이야기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 특히 포수의 경우 타 포지션으로 전향했을 경우 송구 정확도 면에서 강점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고려대 3학년 시절 부상으로 인해 잠시 3루수로 뛰었던 박세혁에게 송구 등 수비 면에서 어려움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오히려 대학 시절 팀에서 배려해 준 덕택에 출장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러한 약점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연습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신인으로서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눈도장을 받고 1군에서 풀타임 기회를 얻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 박세혁은 이에 덧붙여 8개 구단 대졸 신인 중 군계일학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대학을 다녀와 프로에 데뷔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편이잖아요. 그런데 같이 입단하는 대졸 루키들의 실력도 다들 만만치 않습니다. 1군에 어떻게든 달라붙어서 선배들의 플레이를 보고 배워 제 것으로 만들고 대졸 루키 중 가장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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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