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내일이라도 경기할 수 있을 만큼 컨디션이 좋다".
'빅보이' 이대호(30, 오릭스)가 지난달 31일 '약속의 땅' 미야코지마 캠프에 입성했다. 이대호는 1일부터 미야코지마 시민구장에서 열리는 전훈 캠프에 참가할 예정. 31일 미야코지마 공항에서 만난 이대호는 "지금껏 야구를 하면서 컨디션이 가장 좋은 것 같다. 내일 당장이라도 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대호는 오릭스와 입단 계약을 체결한 뒤 개인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체력 훈련과 식이 요법을 병행하며 무려 15kg를 감량하는데 성공했고 자비를 들여 사이판에서 땀을 쏟아내기도 했다. 일본 무대를 평정하기 위한 그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동료 선수들과의 호흡에도 어려움이 없을 듯 하다. 이대호는 "선수들을 만났는데 다들 착하더라"고 반색했다. 그는 베테랑 타자 기타가와 히로토시와 처음 만나 장난을 칠 만큼 오릭스 선수단 분위기에 빠르게 적응 중이다. 하지만 그는 아내 신혜정 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아쉬움 가득한 모습이었다. 당장이라도 달려 가고 싶은 표정이었다. 29일 김해공항에서 눈물을 쏟아냈던 아내의 얼굴을 그리며 "와이프가 울때 가슴이 찢어지더라"고 했다.
오카다 아키노부 오릭스 감독은 이대호의 15kg 감량에 대해 "첫해 부터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오버 페이스가 된다면 제동을 걸어주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이대호는 "감독님께서 나에 대해 걱정해주시는 이유에 대해 잘 알고 감사드린다. 프로 11년차인 만큼 오버 페이스에 대한 걱정은 하시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여유있는 표정을 지었다.
이대호는 18일부터 실전 태세에 돌입할 예정. 그는 대뜸 "일부러 삼진을 당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다소 의외의 대답일 수도 있겠지만 이대호이기에 가능한 일. 오카다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4번 타자로 낙점된 이대호는 첫 경기부터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할 이유는 없다. 보다 여유있게 타격 페이스를 조율하며 정규시즌 개막전부터 불방망이를 선보이면 된다. "일부러 삼진을 당할 수 있다"는 그의 발언은 일본 투수의 투구 스타일을 익히기 위한 방법으로 풀이된다.
국내 무대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타자로 군림했던 이대호는 "일본에서는 내가 용병 신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에 맞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고 당찬 각오를 내비쳤다. 이대호는 1일부터 미야코지마 시민구장에서 본격적인 담금질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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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코지마=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