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한국영화계는 '연기 잘 하는 배우'들의 압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월 31일까지 '댄싱퀸'은 총 227만 8470명, '부러진 화살'은 206만 9989명의 관객을 모았다. 두 작품이 2012년 첫 200만 돌파라는 축포를 쏘아올린 셈이다.
지난 18일 나란히 개봉한 두 영화는 설 대목 극장가를 쌍끌이하며 박스오피스 1,2위 순위경쟁을 했다. 두 영화 각자에게는 치열한 경쟁이지만, 전체적으로 극장가 파이를 넓히며 '윈-윈'했다는 시각도 크다.

한 가지 더 의미있는 점은 황정민과 안성기의 흥행 성공이다. 소위 '주가 높은' 핫스타들의 성공이 아닌, 한국영화계의 대표 배우들로 손꼽히는 이들의 흥행은 깊은 울림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최근 두 배우는 흥행과는 그리 친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는 캐스팅에서 절대적 힘을 얻었다는 평과 함께 이들 배우들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0년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부당거래', 작년 '모비딕'에서 각각 눈먼 검객, 경찰, 기자로 분해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띄웠던 황정민과 2009년 '페어러브'를 제외하고 최근 몇 년 간 대부분 주연을 서포트 하는 역할을 주를 이뤘던 안성기는 영화에서 단연 주도적인 인물로 내공을 발산한다.
소위 '인상쓰던' 진지한 인물에서 "소는 누가 키워"라며 빵빵 처지는 애드리브를 구사하는 밝은 캐릭터로 변신한 황정민과 '바른생활 사나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깐깐 정확하고 빈틈없는 교수로 분한 안성기는 특히 30대 이상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지지를 얻으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댄싱퀸' 속 황정민은 남편들의 눈물을 쏙 빼고 '부러진 화살' 속 안성기는 정치 소재에 관심이 많고 저항 의식을 가진 시민들의 속을 뚫어준다는 반응이다.
'재발견'이란 말을 붙이기도 차마 민망한 배우들이지만, 다시한 번 '진가의 발견'이라고는 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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