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2012시즌도 주키치·리즈가 해줘야한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2.02 08: 36

2011시즌 LG의 벤자민 주키치(30)는 리그 최고의 좌완투수 중 한 명이었다. 주키치는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최다이닝인 187⅔이닝을 소화하며 10승8패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비록 한화 류현진과 SK 김광현이 유독 부진한 한 해를 보냈지만 롯데 장원준과 더불어 지난 시즌 리그를 대표한 좌완으로 자리했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인 레다메스 리즈(29) 역시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시속 160km를 상회하는 우완 강속구 투수 리즈는 164⅔이닝 11승13패 평균자책점 3.88을 올려 주키치, 박현준과 함께 리그 최고의 원·투·스리 펀치를 구성했다. LG구단 최초로 외국인 선발듀오가 350이닝 이상을 소화한 것은 물론, 역대 외국인 선발듀오를 놓고 봐도 2006, 2007시즌 두산의 다니엘 리오스· 맷 랜들에 이은 최다이닝을 기록했다. 이닝 수만 놓고 보면 2009시즌 KIA의 우승을 이끌었던 아킬리노 로페즈·릭 구톰슨을 능가했다. 
그동안 LG는 외국인선수 영입에서 이익보다는 손해를 본 팀이었다. 꾸준히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들을 데려왔지만 대부분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2011시즌 주키치·리즈는 2000시즌 데니 해리거·찰스 스미스, 2008시즌 로베르토 페타지니·크리스 옥스프링 이후 최고의 성공을 거뒀다. 지난 시즌 중반까지 LG가 상위권에 자리할 수 있었던 것도 둘의 활약을 바탕으로 한 선발진 안정화가 크게 작용했다. 주키치와 리즈 모두 2012시즌을 앞두고 일찍이 재계약을 맺었다.

올 시즌 LG는 비록 성적이 안 나오더라도 앞으로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작년 박현준이 그랬듯 임찬규, 한희, 유원상, 김성현 중 누군가가 선발투수로 10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미래를 기대케 할 필요가 있다. 일단 주키치·리즈·박현준 선발 3인방이 확정됐고 4선발로 김광삼이 나설 수 있기 때문에 오는 시즌 급격히 선발진이 붕괴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근 KIA 로페즈, SK 글로버처럼 주키치와 리즈도 외국인 2년차 징크스를 겪을 수 있다. 그러나 주키치는 크로스스탠스의 까다로운 각도에서 릴리즈 포인트가 형성되면서도 안정된 제구력을 갖추고 있고 리즈 역시 프로 통합 최다 이닝을 소화했지만 지난 시즌 막판까지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았다. 때문에 부상 같은 변수만 없다면, 이들의 급격한 기량저하를 예상하기란 쉽지 않다. 주키치와 리즈가 지난 시즌처럼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켜주며 팀의 연패를 막으면, 남은 선발 로테이션에서 선발투수를 육성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김기태 신임감독 역시 취임회에서 “주키치와 리즈, 두 외국인 선수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이 높다”며 2012시즌 두 외국인선수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냉정하게 봤을 때 올 시즌 LG의 전력을 우승후보, 혹은 4강후보라 보기는 힘들다. 10년 넘게 안방을 지켜온 포수 조인성과 통산 3할 타자 이택근이 FA로 팀을 떠났다. 전천후 내야수로 쏠쏠한 모습을 보였던 박경수도 군입대로 이탈했고 불펜강화를 목적으로 데려온 송신영도 이적했다. 그동안 LG는 꾸준히 FA로 인한 출혈을 막고 FA 영입에 충실해왔다. 그래서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보여준 LG의 모습이 다소 이례적인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절대 ‘만만한 팀’으로 보여서는 안 된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이미지를 심어야 신예 선수들이 무너지지 않는다. 주키치와 리즈, 외국인 듀오가 건재함을 과시한다면, 지난 시즌 박현준처럼 ‘뉴에이스’가 나타날 기반을 다져주는 것과 동시에 상대팀과의 선발대결에서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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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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